[국제시장 천만 돌파 ④] 이념 논쟁으로 얼룩진 천만 영예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영화 '국제시장'이 새해 첫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영화를 둘러싼 때 아닌 장외 이념 논쟁은 이 같은 영예를 얼룩지게 했다.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제작 JK필름)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29일째인 14일 누적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은 전작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또 한 번 1000만 신화를 썼다.
이 영화는 현대사를 배경으로 고되게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우여곡절 많은 삶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세대 간 통합의 메시지를 끌어내고자 한 감독의 바람과 달리 영화는 진영 논리 싸움의 '원흉'이 돼 잡음을 불러 일으켰다.
'국제시장'은 개봉 전부터 일부 비평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지난해 11월 영화를 본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며 "아무리 가족을 위해 몸을 바치는 거 이외엔 아무 생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영화는 그 눈높이에서 조금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평가 허지웅도 비슷한 시기 SNS에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뤄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허지웅은 이어 지난달 25일자 한겨레의 한 좌담 기사에선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다. 그런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다.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 이 발언을 두고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한 시사 프로그램은 허지웅을 '좌파논객'으로 일컬으며 그가 '국제시장'을 '토 나오는 영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일부 극우 논객, 일간베스트(일베) 등 우파 진영은 허지웅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점 등을 토대로 영화를 이념 프레임으로 몰았다.
이에 허지웅이 TV조선이 자신의 발언 취지를 왜곡했다고 반박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진영 간 입장 대립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는 점차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번졌고 결집된 양 진영 집단은 저마다 쓴소리를 내놓기에 바빴다.
논쟁이 계속되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극우랑 종편이랑 일베가 xxx를 하는 건지"라며 "하여튼 우익 성감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긴 있나 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회의에서 "즐거우나 괴로우나 항상 나라 사랑해야 되고 또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고"라며 "그렇게 우리가 해야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한 발언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틀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제시장'을 보고 나오면서 "현재 기성세대, 은퇴하신 분들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며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켜 오늘날이 있다는 것을 젊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기 하강식 장면에 대해서는 "지금은 개인이 먼저고 그땐 나라가 먼저였다"며 "아주 좋은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는 고 노무현 대통령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에 진영 논리에 심취한 이들에겐 '국제시장'은 보수의 입맛에 맞는 영화, '변호인'은 진보가 지지하는 영화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는 영화를 만든 이들이 의도한 방향이 아니었다. 윤제균 감독은 최근 진행된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헌사'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감독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사의 정치적 화두를 배제한 데 대해선 언론시사회 간담회를 통해 "어떤 시대의 이야기를 할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50~70년대를 메인 에피소드로 담고자 했다"며 "경제화를 위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맸던 그 시절에 집중하기 위해 정치적인 이야기는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국제시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의 이념 논리에 유리한 식으로 이용됐다. 이는 우리 사회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방식에 보다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이러한 이념 논쟁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하며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영화계의 질적 성장의 바람직한 방향에 부합하는 일인지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국제시장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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