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다면..이 남자를 봐라

2015. 1. 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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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앤젤리나 졸리 감독의 '언브로큰'

삶 자체가 기적이었던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

용서·도전 메시지 전해

수용소 묘사 수위 낮췄지만

일본 내 상영금지 등 논란도

<언브로큰>은 제목처럼 그 어떤 고초에도 '부러지지 않는' 삶을 살아온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로라 힐렌브랜드 작가가 루이 잠페리니의 얘기를 소설로 옮긴 동명 원작을 앤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잡고 스크린으로 옮겼다. 각본은 코언 형제가 맡았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루이(잭 오코넬)는 형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찾는다. 19살에 최연소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혀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5000m 달리기 종목에 출전한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마지막 한 바퀴에서 온 힘을 다해 질주하며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주목을 받는다. 루이는 4년 뒤 열릴 예정인 일본 도쿄 올림픽 출전과 우승을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그는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공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 전쟁으로 도쿄 올림픽도 취소된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투기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에 추락한 그는 동료 2명과 함께 구명보트에서 무려 47일 동안 버티며 살아남는다. 거의 죽기 직전 커다란 배를 만나 구조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적국인 일본 군함이다. 올림픽 선수가 아닌 전쟁 포로로 도쿄 땅을 밟게 된 것이다.

루이는 갖은 역경과 고난을 참고 견딘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떠올리는 건 베를린 올림픽으로 떠나기 직전에 형이 해준 말이다.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5000m 달리기도, 더위와 추위, 배고픔, 거센 파도와 싸워야 하는 구명보트 위의 47일도, 850일 동안의 지옥과도 같은 전쟁 포로 생활도 그에겐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원작 소설에서는 일본군이 포로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고 인육을 먹이는 등의 잔혹한 묘사가 나온다. 로라 힐렌브랜드 작가는 루이 잠페리니와 공군 동료, 전쟁 포로, 일본 수용소 관리자 등을 만나며 8년간 자료를 모았다. 사실에 근거한 묘사라는 얘기다. 영화에선 이런 장면들이 생략됐다. 포로들 사이에서 '새'라고 불리는 악명높은 수용소 감시관 와타나베(미야비)가 시도때도없이 루이를 때리며 괴롭히고, 포로들을 가혹한 노동에 내모는 게 전부다. 어떤 이유에선지 앤젤리나 졸리는 표현 수위를 낮췄다.

그런데도 일본 극우 세력은 난리를 피운다. 일본 내 영화 상영 금지는 물론 앤젤리나 졸리의 일본 입국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와타나베를 연기한 일본 록스타 미야비가 재일동포 3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기도 한다. 재일동포라곤 해도 일본 국적의 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배역이지만, 미야비는 <언브로큰>이 지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원작과 영화는 마지막에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강력히 전한다. 전쟁이 끝나고 루이는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이후의 삶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괴로움을 잊으려다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부인과 이혼 위기까지 갔다. 종교의 도움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린 뒤 부동산업에 종사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1998년 81살 나이에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뒤늦게나마 일본 올림픽 참여의 꿈을 이뤘다. 당시 와타나베에게 화해와 용서의 뜻을 전하려 만남을 요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영화의 가편집본만 보고 폐렴으로 세상을 떴다. 그의 나이 97살이었다.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증오는 스스로를 파괴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는 완벽하면서도 완전하죠." 또 이런 말도 남겼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비록 꼴지라 해도 경주는 끝내야 합니다." 루이 잠페리니와 앤젤리나 졸리가 삶과 영화를 통해 진정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터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앤젤리나 졸리의 연출력은 깊은 인상을 주진 못해도 안정적이다. 2007년 다큐멘터리 <어 플레이스 인 타임>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그는 2011년 보스니아 내전 중 피어난 사랑을 그린 <피와 꿀의 땅에서>로 극영화 연출 데뷔를 했다. 두번째 극영화 연출작 <언브로큰>에 이어 <바닷가에서> <아프리카> 등 차기 연출작도 잇따라 확정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언브로큰>으로 앤젤리나 졸리의 연출에 대한 재능이 비로소 증명됐다"고 평했다. 7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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