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소격동' 뮤비에 들리는 목소리 '녹화사업'

2014. 10. 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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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역시 서태지다. '소격동' 뮤직비디오에 '녹화사업'이라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삽입됐다.

서태지 작사·작곡,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 뮤직비디오가 6일 공개됐다. 1980년대를 짐작하게 하는 소품과 배경이 쓰였다. 아역배우 김현수와 성유빈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로 표현됐지만 여러 상징적 장치가 포진했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는 상처를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바람개비를 손에 든 소녀의 모습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호기심을 갖게 된 소년이 뒤를 쫓지만 소녀는 종이학을 남긴 채 어느날 사라졌다. 하늘에서는 공습 경보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하얀 눈이 내릴 뿐이다.

두 사람이 함께 계단에 쪼그려 앉아 라디오를 듣는 장면을 주목해야 한다. 음악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지만 분명 뉴스 앵커는 '녹화사업'에 대해 전하고 있다. 소녀가 건넨 종이학은 야간 등화관제 훈련에 대한 안내장과 연관된다. 그리고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에 만나'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녹화사업(綠化事業)은 전두환 정권이 1981년에서 1983년 사이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 징집·입대하게 해 특별교육을 시켰던 사건이다. 학내외 집회 차단이 목적이었다. 당시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공작 예산의 절반이 녹화사업용으로 알려졌다. 녹화사업 피해자들 중 6명이 군 복무 중 의문사했다.(강준만 作 '한국 현대사 산책' 참조) 이 보안사 내에 속한 부서가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다. 군내외 첩보를 수집하던 기관이었는데 민간인 사찰과 간첩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제작부서'로 불렸다. 이 기무사가 있던 곳이 바로 '소격동'이다.

서태지 측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다 보니 '그 때 그 시절' 뉴스가 들어갔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게 서태지 측의 설명이다.

서태지는 오는 20일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에 앞서 '소격동' 음원을 먼저 발매했던 터다. 소격동은 서태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그늘이 드리운 곳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음악에 사회적 메시지를 자주 담아온 서태지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서태지는 "듣는 이의 해석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럴수록 많은 이는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라는 가사를 곱씹게 된다.

1995년 반 사회적 감정을 담았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됐던 그의 곡 '시대유감' 정신이 부드럽게 녹아들었다는 주장이 나올만 하다. 시대의 부조리를 노래하고, 억압에 항거했던 '문화 대통령'으로서 그의 면모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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