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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직찍' 패션홍보의 장으로…"지나치다" 지적 나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월○일 ○시 ○○○가 인천공항 ○○번 탑승구를 통해 출국합니다. 스타일리시한 공항패션을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취재 부탁드립니다."

변화하는 매체환경과 인터넷·모바일 뉴스 확대로 인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패션홍보의 장이 있다. 이른바 '공항 패션'이다.

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팬들이 찍은 사진이 '공항직찍'이라는 명칭으로 몇년 전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스타들이 이 '공항직찍'을 적극적으로 역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에는 취재진이 공항으로 몰려가는 것은 스타의 '금의환향'이나 사건·사고 연루자가 해외에서 소환·귀국하는 경우 뿐이었다. 그러다 인터넷매체가 발달하면서 한류스타나 열애설 혹은 연예 가십의 주인공이 된 스타들이 공항을 이용하게 될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예 보도자료를 통해 스타들의 입·출국 스케줄을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취재진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은 스타의 출국 스케줄에 대한 문의가 너무 많아 스케줄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의 이면에는 패션 홍보와 협찬이라는 '숨은 이유'도 자리하고 있다.

스타들의 공항 패션이 개별적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이용한 상술도 재빠르게 발전한 것이다. '광고 효과'가 입증되면서 영화, 시상식에 의상과 액세서리를 협찬하듯 패션업체들이 앞다퉈 스타들에게 공항용 의상과 액세서리를 협찬하기 시작했고, 이 시장이 만만치 않게 커졌다. 스타 입장에서도 어차피 사진에 찍힐 거라면 제대로 된 모습으로 찍히는 게 낫다는 생각에 '공항 광고모델'로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아예 명품브랜드 C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 배우의 출국 소식을 전하면서 이 배우가 "C사의 가방과 시계를 착용하여 스타일리시한 공항패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님들 바쁘신 일정 중에도 부디 와주셔서 ○○○의 멋진 모습 담아주시길 부탁 드리겠다"며 자세한 출국 일정을 안내했다.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출국 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은 이제 '대세'인 분위기다. 지난 12일에는 톱스타 김태희의 홍보사도 드라마 촬영차 중국으로 떠나는 김태희의 자세한 출국소식을 사전에 고지하는 등 최근 '공적인 일'로 출국한 스타들의 상당수가 '공항 사진'을 사전에 대비했다.

한 한류스타의 소속사 대표는 "요즘에는 공항 출국 스케줄을 알려주지 않으면 인터넷매체에서 항의가 엄청나게 들어온다"면서 "그래서 미리 공식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미리 출국 스케줄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문의가 오면 숨기지 않고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공항직찍'이라는 것은 무대 뒤 자연인으로 돌아간 스타의 모습을 우연히 담은 재미를 안겨줬다. 스타는 사진이 찍힌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혹은 무방비 상태에서 찍혔고, 그렇기 때문에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사진 촬영에 대비한 모습이 아닌 평소의 모습일 것이라는 점에서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공항사진이 패션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광고모델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패션업체가 대놓고 자신의 제품을 광고하는 자료를 내는 지경에 이르자 한때는 '희귀한 것을 보는' 재미를 줬던 스타의 공항 패션 사진은 이제 노골적인 '광고사진'의 하나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제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정말 볼 수 없게 된 것일까.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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