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땅처럼 다지고 쌓아온 서사의 힘

2014. 6. 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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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트라우마>,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지난주, 정말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아, 엄지원씨와 오기사씨의 결혼식도 있지만 그 얘긴 아니다. 지난 5월30일 곽백수 작가의 웹툰 <가우스전자>에서는 사랑스러운 커플 상식과 나래가 사내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별다른 사건 없이 결혼식 장면만 보여준 이 에피소드에 대해 혹자는 날로 먹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단지 캐릭터의 결혼식만으로 한 회를 만들 수 있고 ‘상식과 나래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작가의 내레이션만으로 어떤 뿌듯함과 벅참을 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우스전자>라는 작품의 힘이다.

<가우스전자>는 곽백수 작가가 모 스포츠 신문에 연재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에피소드 개그 만화 <트라우마>에 종종 등장했던 가우스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스핀오프 식으로 발전시킨 경우다. 에피소드 만화의 경우 옴니버스와 달리 이전 화를 보지 않아도 웃고 끝낼 수 있어야 하지만 때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조금씩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고 그 서사 자체로 재미를 주게 된다. <트라우마> 연재 당시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상신, 국중록 콤비의 <츄리닝>에 나오는 탱구 가족이, 우주인의 <와탕카>에 나오는 무도가 할머니 등이 그러했다. <트라우마>에서도 무도가 최상술과 가우스전자 등이 이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에피소드 개그 장르에 비슷한 개그 코드에도 불구하고, <가우스전자>는 출발에서부터 <트라우마>보다 캐릭터의 일관성과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물론 굵직한 플롯이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물과는 달리 에피소드 장르에서의 서사란 천천히 누적되며 만들어진다. 가우스전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캐릭터들의 일관된 성격이 드러나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독자가 납득하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덤벙대지만 속은 참 선한 상식에게 까칠한 선배인 나래가 조금씩 애틋한 마음을 품는 과정과 연애를 하는 과정 역시 그렇게 납득될 수 있었다. 웹툰으로서는 독보적인 일주일 5회라는 엄청난 연재 사이클 역시 각각의 에피소드가 휘발되지 않고 독자의 머릿속에서 서사로 누적될 수 있는 전략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앞서 인용한 상식과 나래의 결혼식은 그들의 예쁜 연애를 응원해온 이들을 위해서라도 담백하게 처리되는 게 맞았다. 이것은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한 캐릭터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예의이자,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온 독자에 대한 예의다.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 <가우스전자>에 바라노니 이제부턴 마탄과 강미의 본격 연애 이야기로 고고고.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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