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벤저스'가 한국가치 높인다?..바보들의 합창

손정빈 2014. 3. 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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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2012년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을 때 인터넷상에 등장한 말이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할 말이라는 거다. '강남스타일'의 흥을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그 인기를 확인해야(특히 외국인에게)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의 인정 욕구를 비웃는 문장이다. '강남스타일'이 유행하기 전에는 '두 유 노우 박지성?'이었다.

그때 '강남스타일'은 분석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 노래의 유행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 대한민국 홍보효과 같은 것들이었다. 정치인들은 제2의 싸이, 제2의 '강남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싸이의 노래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간단하다. 춤이 재밌고, 노래가 신나기 때문이다. 대중은 별 생각 없이 잘 즐기는데 항상 이렇게 흥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1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국의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와 우리나라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관광공사, 영상위원회 등이 30일부터 4월13일까지 '어벤저스'의 속편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서울과 의왕에서 촬영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2년 국내 개봉한 '어벤저스'는 세계적으로 1조6000억원을 벌어들인 대작이다. 이런 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딱 그 정도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촌스러운 돈 타령이 또 시작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저스2'의 한국촬영으로 4000억원의 직접 홍보효과 및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번 촬영으로 생산유발효과가 251억원, 107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62만명 증가하고, 이에 따른 소비지출로 연간 약 876억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현재 문체부 차관은 "이번 촬영은 한국의 영화산업이 내적 성장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번 촬영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한국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 숫자들은 모두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어벤저스2'가 어떤 영화인가. 총제작비 2000억원 이상을 쓰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블코믹스의 영웅들이 모두 등장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어벤저스'를 본 관객이라면 알 것이다. 마블의 영웅들은 외계인들을 지구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들이 전투를 벌인 장소의 건물들은 모두 부서지거나 무너져 내렸다.

'어벤저스' 팀이 촬영 장소로 잡은 곳은 마포대교와 청담대교, 상암DMC 월드컵 북로와 강남대로 등이다. 모두 부수고, 폭파시키기 좋은 장소들이다. 도심에 한강처럼 큰 강이 있는 장소는 흔치 않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다리 두 곳이 영웅과 악당의 전투 도중 무너진다면, 그것보다 좋은 그림은 찾기 힘들 것이다. 강남대로도 마찬가지다. 강남대로에서의 전투로 도로는 내려앉고 도로 양 옆의 건물은 온전치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폭파와 파괴를 통해 올라가는 것일까. 영웅들의 격전지로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래도 한국이 배경이니 홍보효과는 있다고 말할는 지 모른다. 되묻고 싶다. '어벤저스'를 본 사람 중에 이 영화의 배경이 어디였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지…. 국내 관객은 영화 속 배경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지 몰라도 해외 관객은 한국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알지 몰라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아마 영화 속 장소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배경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덕분에 해외 관광객이 15%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그 어떤 글이나 영상보다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는 애초에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는 영화가 아니다.

'어벤저스2'의 한국촬영의 의미는 한국영화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 정도로 해석하면 그만이다. '어벤저스'가 2012년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595억원이다. 1000만명 본 '겨울왕국'은 789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마블스튜디오는 여기에 주목한 것이다. 한국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한국 촬영 분량이 들어가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마블스튜디오 측이 "한국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찍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다.

'어벤저스2' 촬영기간 서울의 교통은 마비될 것이다. 외국영화에 한국의 모습이 20분간 담기는 대가로 서울 시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왜 추산해내지 않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홍보효과, 경제효과 운운하며 촌스럽게 굴지말자. 어떻게 하면 촬영 당일 교통혼잡을 해결할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다. "두 유 노우 마포대교?"라는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다면.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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