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흰머리에 노안 오고..세월 느끼는 중"

2014. 3. 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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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억척 주부역 맡은 김희애가족들간 소통의 부재 다룬 영화 "소설 읽었을때 자꾸 마음이 끌려"

4일 서울 시내의 한 콘퍼런스룸. 배우 김희애(46)는 앞에 놓인 마이크를 끄며 "목소리 크니까 그냥 얘기할게요"라며 깔깔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넓은 방 곳곳에 닿을 정도로 우렁찼다. 우아한 여배우가 아줌마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아줌마 김희애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주책없을 정도로 쿨하고 당당한 엄마 현숙 역을 맡았다. 싹싹하고 영특했던 둘째 딸 천지(김향기)가 자살을 한 뒤 첫째 딸 만지(고아성)와 함께 슬픔을 이겨내는 내용이다. 전작 '완득이'로 흥행에 성공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을 읽었는데 자꾸 마음이 가더라고요. 어두운 소재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피하고 싶은 일이 다가와도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이잖아요." 영화는 집에서는 밝았던 둘째 딸이 왜 학교에서 받는 고통(따돌림)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배려심이라는 미명 아래 서로의 속내를 감추거나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은 쓸쓸함을 남긴다. '우아한 거짓말'은 곧 소통의 부재임을 영화는 말한다.

"학교든 사회든 정글이에요.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일이 많잖아요. 그 상처는 계속 마음에 남아서 우리를 힘들게 해요. 촬영 내내 나도 누군가에게 말로 실수하지 않았나, 진심을 외면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어요." 김희애는 마트에서 동료와 질펀한 농담을 하고, 철부지 남자친구(성동일)와는 티격태격하는 생활 연기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의 아내이자 두 아들(고1, 중3)의 엄마인 그는 "밖에서는 화려한 보석과 예쁜 옷을 입고 화보촬영을 하지만 집에서는 '왜 설거지를 안 해놨냐'며 소리 지르는 주부"라면서 "주부로서의 일상이 나를 미치지 않고 배우로서 땅에 발을 붙이게 만든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꼭 두 아들과 볼 예정이다. 이어 그는 "남편은 내 작품을 전혀 보지 않는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서 좋다"며 웃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광고를 하는 김희애지만 매일 거울을 보면서 '세월'을 실감하는 중이다.

"흰머리가 많고요. 노안이 와서 잘 안 보여요. 역시 세월은 피하지 못하죠. 매일매일이 이게 나의 마지막 촬영이겠구나 싶어요. 이제는 '웰다잉'(잘 죽는 것)을 생각해야지요. 가족이 다 나간 뒤 고요한 일상처럼 소소한 시간에 의미를 두며 살아요."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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