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송강호 "故 노무현 미화 영화면 제작되지도 않았을 것" [인터뷰]

윤효정 기자 2013. 12. 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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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송강호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효정 기자] 송강호의 올해 3연타 흥행에 초점이 맞춰지고 '변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변호인'(감독 양우석 제작 위더스필름)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는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사건과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새롭게 탄생됐다.

송강호가 맡은 송우석은 속물 세무 변호사이지만 진우라는 인물을 통해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게 되며 또 다른 변호인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실존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오히려 영화보다는 그 외적인 이야기가 이 영화를 감싸고 있었다. 시끌시끌한 이야기가 계속 되던 날 만난 송강호(46)는 오히려 더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알려진대로 송강호는 '변호인' 섭외를 한 차례 거절했다. 실존인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으리라. "영화 제안을 받고 거절했던 것은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도 있죠. 그런데 계속 다시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부산영화제를 갔을 때 제작사와 감독도 내려왔더라고요. 식사를 하자고 했죠." 그리고 송강호가 마음을 돌렸다.

송강호는 "감독에게 첫 질문을 했어요. '이 작품을 언제 처음 기획했냐'고. 솔직히 속으로 감독이 '최근에 마음을 먹었다'고 했으면 실망했을 것 같은데 90년대 초에 이 사건을 변호한 노무현이라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고 '나중에 영화 감독이 되면 이 사건을 영화화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더라는 거죠. 그 당시에는 정말 이름없는 젊은 변호사일 뿐이었는데 그 관점이 놀라웠어요. 이 사건과 이 사람의 열정만 보고도 감동을 받았다는 거니까 그때 승낙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의 '변호인' 출연을 두고 '송강호 급전이 필요했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음에도 실존인물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는만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기사가 나온 것 알고 있었죠. 지금은 유명한 기사가 됐네요. 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다양한 견해나 이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시간을 지나서 개봉을 하게 되면 그 편견의 벽이 무너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보여드리는게 제일 바람직한 일인 것 같아요."

'변호인'이 노무현 영화냐 아니냐를 두고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개봉도 되지 않았는데 영화에 대한 평점은 곤두박질을 쳤고 오해는 쌓였다.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반응도 적지 않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개봉 전에 펼쳐진 이런 '극과 극' 반응은 쉽사리 풀리기 어려운 일이었다.

송강호가 설명하는 '변호인'은 어떤 영화일까.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일대기나 정치적인 미화를 목표로 뒀다면 이 영화는 제작이 안 됐을 것고 할 필요도 없었겠죠. 이영화를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 노무현'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살아왔단 한 시대의 한 단면인 것이죠."

그래서 송강호는 연기할 때 더 편안한 모습이 되어야 했지만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미화와 모티브라는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영화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영화 촬영 중 지침처럼 삼은 것은 바로 '진정성'이었다.

"요즘 '진심'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해서 헤진 느낌인데 또 이야기하게 되네요. 제가 한 사람의 인생과 삶과 정신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최소한이라도 이 삶의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도 영화를 통해 제 마음의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면서 임했습니다."

"영화 속 공판장면도 1차부터 5차까지 촬영하는데 저 혼자 한 5일 먼저 세트장에 들어가서 준비를 했어요. 기본적으로 감정의 리듬감을 연습해보고 동선도 맞춰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테크닉이 아니라, 그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제 진정성을 담고자 했어요."

그리고 송강호는 그런 마음을 주변 배우들과, 그리고 감독과 나눴다. "감독하고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처음 하다보면 서툴고 투박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이나 나나 배우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거짓없이 연기하고 거짓없이 연출하자. 그러면 거친 면이 발견되더라도 우리가 가졌던 마음은 전달될 것이다'라고요. 그게 저의 지침이었습니다."

송강호는 '부디' 이 영화를 편안하게 봐주기를 바랐다. "개봉 전 많은 반응이 나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워낙 노무현 대통령이 현재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고 선입견이 생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일방적인 내용이 아니고 굉장히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대중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죠. 대중영화이며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 한 편으로요. 편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송강호가 말하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왔다.

[티브이데일리 윤효정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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