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친구2' 망했다면 다시 영화 못했을 것"(인터뷰)

최은영 2013. 12.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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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흥행감독, 12년 만에 '친구2'로 재기
"컴퓨터는 내 밥통"..오래도록 영화 만들 것
나에게 친구란.."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사람"

'친구2'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다들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했다. 한물갔다고 수군거렸다. 절치부심 끝에 꺼내 든 카드는 출세작인 '친구'(2001)의 속편.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계 일각에선 이렇게 비꽜다. 하지만 관객은 "우리 친구 아이가"라며 돌아온 그와 그의 영화를 따뜻하게 보듬었다.

곽경택(47) 감독을 만난 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다. '친구2'가 손익분기점(250만 관객)을 넘긴 직후였다. 소감을 묻자 "후유~"하고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저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크게 보답할만한 성과는 아니어도 최소한 손해는 끼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궤도에 다시 오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영화판에서 계속 뛸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곽 감독에게 '친구2'는 위기의 순간 하늘이 내린 동아줄과 같았다. 비록 오래돼 낡긴 했어도 썩은 동아줄은 아니길 바랐을 터다. 곽 감독은 '친구' 이전 '억수탕'(1997), '닥터K'(1999), 이후에 '챔피언'(2002), '똥개'(2003), '태풍'(2005), '사랑'(2007), '미운 오리 새끼'(2012) 등 다수 영화를 선보였지만 그 어떤 작품도 '친구'만큼 흥행하지도, 칭찬받지도 못했다. 여기에 200억 대작 '태풍'이 안긴 빚은 그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곽 감독은 만약 '친구2'가 흥행에서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물음에 바로 "그걸로 끝이었겠죠"라고 했다.

"당분간 영화를 못했을 거예요. 무엇보다 제가 힘이 안 나서요. 일이라는 게 하다 보면 잘못될 순 있는데 최소한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야 하잖아요. '마지막 카드'였어요. 대책이 없었을 겁니다."

영화 '친구'는 그해 820만 관객을 동원했다. 복합 상영관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이었다. 그것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로. 이 기록은 1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깨지지 않고 있다. '괴물'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고 올해 '설국열차'로 두 번째 1000만 흥행에 도전한 봉준호 감독은 "요즘 같은 시대에 1000만 돌파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라면서 "진정한 흥행작은 곽경택 감독의 '친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곽 감독은 '친구'가 흥행하고, '친구2'가 이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지나온 세월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7년 IMF 이후 모두가 정말 정신없이 달렸잖아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서요. 그러다 좀 나아져 한숨 돌리고 주변을 돌아볼 때쯤 '친구'가 나온 거예요. 향수를 제대로 자극하는 영화가요. 그 당시 '친구'는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현상이었습니다. '친구2'는 그런 '친구'의 향수에 영향받은 바가 크고요.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자신의 추억 속 앨범을 넘기는 거죠."

영화 '친구2'는 동수(장동건 분)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친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7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유오성 분)이 동수(장동건 분)의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 분)을 만나는 것으로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고, 전편에 없던 폭력조직의 두목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 분)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 가운데 철주가 등장하는 1960대 회상장면은 영화를 본 관객 사이 평가가 엇갈린다.

이와 관련 곽 감독은 "철주 분량은 투자를 받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내가 고집해서 넣었다"라며 "우리 아버지가 여든이 다 되셨고, 나는 40대 후반, 지금 군대에 가있는 우리 아들이 20대다. 아버지 세대와 우리 세대, 아이 세대를 한 영화에 담고 싶었다. 그 선택에는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고 보니 관객 반응이 세대별로 나뉘는 재미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친구' 때에는 너도나도 "우리 친구 아이가" 외치며 소주 한 잔을 걸쳤다면 '친구2'는 다르다. 젊은 친구들은 영화 속 준석이 성훈에게 하는 대사 "니 내랑 부산 접수할래?"를 자기 상황에 맞춰 "니 내랑 수능 접수할래?" "니 내랑 토익 접수할래?" 식으로 바꿔 말하며 재밌어 한다. 반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예"라고 묻는 수하에게 "어디 내보고 오라는 데가 있나?"라는 준석의 마지막 대사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다.

'친구2'를 만들며 12년 전 자기 자신과 싸웠다는 곽 감독은 이제 '친구' 아니면 안 되는 감독이라는 또 다른 편견을 깨야 한다. 곽 감독은 "며칠 전 '친구2'를 완전히 떠나보내고 지금은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목표는 스무 편이지만 앞으로 최소한 열 편은 더 찍어야 한다.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하고 나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시나리오를 쓴다. 어디를 가든 '밥통'(노트북)을 갖고 다닌다. 지금까지처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겠지만, 부지런히 찍겠다. 그 자체가 미덕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친구'로 흥행감독이 됐고, '친구2'로 재기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곽 감독의 친구는 누구인가 물었다.

"젊었을 때에는 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친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세상을 좀 살고 보니 아니더라고요. 힘들 때 곁에서 위로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 아닌가. 제가 어려움을 많이 겪어 봤잖아요. 오래도록 가깝게 두고 사귄 벗. 어려운 시기를 같이 버텨내 준 사람들. 그런 의미에선 전 친구가 아주 많습니다. 하하하."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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