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전형화 기자 2013. 12. 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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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변호인'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잘 나가던 세금 전문 변호사가 단골 국밥집 아들이 억울한 공안사건에 휘말리자 변호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계기를 다뤘다. '변호인'이 영화 외적인 이유로 선뜻 투자가 될지 우려하고, 잘 개봉할지 걱정하고, 혹시 참여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남들이 꺼려하는 금요일인 지난달 29일 기자시사회를 했다. 일찌감치 영화를 공개하고, 전국을 돌며 일반시사회를 한다는 전략이다. 하도 말들이 많으니 먼저 보여주고 말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를 공개하기 한참 전, 조선일보에서 기자이름도 없이 주인공 송강호에게 급전이 필요해서 '변호인'에 출연했냐는 기사가 나왔다.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오늘 기자가 송강호에게 정말 급전이 필요해서 출연했냐고 물었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어 퓨 굿맨'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법정영화다. 억울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을 위해 변호사가 나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뻔한 구조 영화가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건 '변호인'이 불과 20여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야도'였던 부산에서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공안사건 전문가들이 사건을 기획한다. 멀쩡한 대학생들을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만든 부림 사건이 모티프다. 그 사건을 변호하며 잘못된 정치에 눈을 뜬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다. 상고 졸업해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공부해서 사시 합격하고 돈 벌려고 변호사 된 사람이 그놈의 정 때문에 변호 맡았다가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이야기. 그럼에도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도 고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분'이라거나 특정인물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이란 세음절이 '해리포터' 볼드모트라도 된 것일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잘 만든 성장영화다. 가족에게 사시 공부한다고 속이고 공사판에서 일하던 한 남자가, 돈이 없어서 국밥집에서 밥 먹고 도망친 한 남자가, 돈 벌려고 남들이 꺼리는 부동산 등기와 세금 전문으로 뛰어 다른 변호사들에게 고졸이라 그런다고 욕먹던 한 남자가, 멀쩡하게 서울대 가서 데모질이나 한다고 욕하던 한 남자가, 계란이 바위를 어떻게 깨냐던 한 남자가, 계란은 그래도 살아있고 바위는 그래도 죽어있다고 변하는 이야기다. 성장영화를 선전선동 영화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울보와 바보를 따온 다음 대중영화로 완성했다.실화지만 '변호인'은 영화다. 영화는 영화다.

'변호인' 양우석 감독은 '스틸레인'이라는 웹툰으로 유명한 만화가이기도 하다.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 속 주인공 이름을 송우석이라고 지었다. 주인공 송강호의 송과 양우석의 우석을 땄다. 두 간판이 영화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양우석 감독은 데뷔작이라고 믿기기 힘들 정도로 '변호인'을 매끄럽고 뜨겁게 만들었다.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송강호와 곽도원이 처음 맞붙는 고문실 장면 부감 샷은 '그 때 그 사람들'이 연상된다. 네 번의 법정 장면 중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와 곽도원이 맞붙는 장면은 '어 퓨 굿맨'의 잭 니콜슨과 톰 크루즈가 떠오른다. 고문장면은 '남영동 1985'도 되새겨진다. 그럼에도 양우석 감독은 이 이야기를 아주 대중적으로 연결시켰다. 군더더기 없이 날줄과 씨줄로 엮어 뜨거운 상업영화로 만들었다. 스타탄생을 예감시킨다. 그럼에도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 개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준비하던 웹툰들을 '변호인' 작업 때문에 미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감독이, 데뷔감독이, 자기영화 후반작업 때문도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 인터뷰를 못한단다. 말로 말이 많아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일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변호인'에 송강호 곽도원 오달수 김영애 임시완 등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 속 부족함을 메운다. 돈 버는 게 중요하던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남들 모두 꺼리는 공안사건 변호를 맡는다는 논리 상 허점을, 아무리 실화라 해도 영화 속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변화를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든 건 송강호의 힘이다. 급전 때문에 영화한 건 아닌 것 같다. 곽도원은 '변호인'에 신의 한수다. 곽도원은 공안경찰이 직접 간첩 잡으려 돌아다니면 나라가 끝난 것이라고 믿는 확신범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와 송강호가 부딪히는 장면은 불꽃이 튄다. 양우석 감독은 종종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 관객이 그들에게 빨려 들어가게 했다. 두 배우는 블랙홀 같은 연기를 펼쳤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은 아이돌로선 쉽지 않은 연기를 했다. 그는 영화 데뷔작인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을 맡아 물고문과 매타작, 통닭구이 같은 고문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 '남영동1985'에서 고문 받는 연기를 직접 한 박원상에 적어도 열정은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배우들조차 '변호인'을 한다는 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는 않았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슬프다. 오달수는 "과연 누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줄까,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영애는 "사실 일말의 불안함은 있었다. 그래도 이야기의 감동과 연기변신을 하고 싶어서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급전이 필요해서 한 건 아니다"고 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질문을 심각하게 답해야 하는 게 슬프다.

'변호인'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 송강호가 외치는 장면은 '광해' 이병헌 외침과 닮았다. 배우가 영화 주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건 자칫 위험하다. 그럼에도 이 롱테이크가 가슴을 치는 건 영화가 쌓아온 것과 송강호, 그리고 실화이기에 가능했다. 지금 이 영화가 당도해서 더욱 그렇다. 슬프다. 에필로그가 영정으로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슬프게 한다. '변호인'은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대로 따라가고 울림을 쌓는다. 새로운 게 없지만 새롭다고 느끼게 만드는 현실이 참 슬프다.

'변호인'은 12월19일 개봉한다. 지난해 대선날짜와 같은 건 우연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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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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