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뷰]아직도 FT아일랜드가 '아이돌'로만 보이나요

2013. 9. 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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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데뷔한 5인조 밴드 FT아일랜드는 조금은 다른 '아이돌'이었다. 여타 그룹들이 주로 댄스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운 데 반해 이들은 당시로서는 대중적으로 다소 생소했던 록 장르를 들고 나섰다.

데뷔 시점 멤버들의 평균 연령은 20세도 채 되지 않았던데다(지금도 평균 22.5세에 불과하다) 현 기획사 FNC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발굴 및 '기획' 된 팀이었기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돌로 분류됐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다루며 공연형 뮤지션을 꿈꿨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음악색을 찾아가기엔 나이로 보나, 환경으로 보나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그 중 아역 연기자 출신이기도 했던 리드보컬 이홍기는 FT아일랜드 활동 초창기부터 '엔터테이너' 행보를 이어왔다. 이는 스스로를 그리고 나아가 소속팀 FT아일랜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FT아일랜드 하면 이들의 음악에 앞서 이홍기를 떠올린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FT아일랜드 이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돌이 가요계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이들의 연차는 상대적으로 길어졌다. 특히 국내외를 넘나들며, 특히 일본에서 힘주어 활동했기 때문에 공식 활동 텀도 길었다. 그때문일까. 무서운 기세로 치고올라오는 후배들의 맹위에 언제부턴가 이들은 대중에게서 다소 멀어지는 듯 했다. '아이돌+밴드'라는 새 영역을 개척한 장본인인 자신들에 대한 '선입견'은 떼어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FT아일랜드가 2013년 가을, 새 앨범과 콘서트로 돌아왔다. 어느새 데뷔 6주년. 아이돌로 치면 중견급인 이들이 보여주고 들려준 무대는 한 마디로-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대견하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미니앨범 'THANKS TO'는 자작곡으로 꽉 채웠고, 콘서트 'FTHX'는 21곡의 세트리스트로 풍성하게 꾸며졌다. 무엇보다 '진짜' FT아일랜드의 노래로만 채워졌다는 점이 이번 앨범과 콘서트의 공통점이다.

지난 28, 29일 이틀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FT아일랜드 데뷔 6주년 기념 콘서트 'FTHX'은 아이돌을 넘어 진짜 밴드로 거듭나는 현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자신들에 대한 선입견을, 라이브를 통해 스스로 깨보였다.

두 시간에 달한 공연은 FT아일랜드 강렬한 밴드색을 강조한 곡 '플라워 록'을 시작으로 '렛 잇 고', '트라이 어게인', '워너 고' 등 신나고 빠른 템포로 채워졌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은 제대로 농익었다. 파이팅 넘치는 무대 매너로 3000여 명의 팬들을 호령한 FT아일랜드는 관객과의 소통도, 노래 및 연주 면에서도 시쳇말로 '포텐 터졌다'.

특히 (이제야 알아봐 미안한 얘기지만) 보컬 이홍기의 실력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단연 재발견됐다. 21곡을 소화하는 두시간 동안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가창력을 선보인 이홍기는 넓은 무대를 전력 질주하면서도 완벽한 라이브로 콘서트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이홍기뿐 아니라 최종훈, 이재진, 최민환, 송승현 등 멤버들 모두 개성 강한 탁월한 보컬로 FT아일랜드라는 '팀'의 잠재력을 엿보게 했다. 각 악기별 연주 실력도 성장했지만 노래를 완성함에 있어서 리드보컬 이홍기와의 합 또한 눈부셨다.

일취월장한 실력뿐 아니라 그동안의 공연과 차별화된 점은 '메모리' 등 신곡을 비롯한 국내 히트곡 외에도 일본 발표곡 11곡을 모두 한국어로 번안해 선보였다는 것. 이날 라이브로 연주된 '페이퍼 플래인' '폴링 스타' '행복론' '타임 투' '탑 시크릿' '프리덤' 등 일본 발표곡들은 대체로 국내 발표곡에 비해 강렬한 록사운드 넘버였다.

이 곡 중 상당수, 아니 대부분이 멤버들의 자작곡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부터 FT아일랜드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고 토로했다는 이들은 공연 막바지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라며 차례로 '비러브드', '블랙 초콜릿', '레볼루션'을 선보였다.

이는 모두 일본에서 발표한, 느낌 있는 강렬한 정통 록사운드로 '사비'로 귀를 사로잡는 흔한 대중가요와 달리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느껴지는 힘 있는 곡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FT아일랜드는 초심을 상징하는 데뷔곡 '사랑앓이'를 공식 마지막 곡으로 선택했지만, 그 바로 앞에 선보인 무대를 통해 향후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짚어 보였다.

흔히 아이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명'을 논한다. 과거에 비해 2000년대 후반 이후엔 아이돌의 평균수명이 길어져 많은 이들이 음악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대중적으로 다소 치우친 타협점을 찾거나 지나치리만큼 실험성이 강조된 행보를 택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FT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섣불리 그 수명을 논하기 힘들 듯 하다. '인기'라는 척도가 이들에게 충분조건이던 시기는 어느새 지나갔고, 이제는 밴드로 거듭나는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FTHX' 콘서트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이들이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운 밴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줄탁동시의 과정을 통해 알에서 깨어나 삐약거리던 병아리는 어느새 서서히 닭으로 커가고 있다. 태생적으로 그리고 가요계 생리적으로 외부의 도움은 물론 필요할테지만, 내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성장해 나갈 시기다. 기획형 아이돌 밴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FT아일랜드지만 아마도 이들은 벼슬이 굉장히 붉고 진한 수탉이 될 것이다.

FT아일랜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어떤 밴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패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이었지만 자신 있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근거는 다름아닌 이들의 실력에 있었다.

이쯤 되니 이젠 FT아일랜드를 국내 록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에선 다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아이돌'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분명 실력으로써 충분히 박수 받을 준비가 돼 있으니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FNC]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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