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부산영화제로.. '천안함프로젝트'의 역습

2013. 9. 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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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한국 영화 초유의 상영중단 사태를 일으킨 < 천안함프로젝트 >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은 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개봉 이후 이틀 만에 메가박스의 상영중단 날벼락을 맞은 < 천안함프로젝트 > 는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 속에 IPTV 및 인터넷 다운로드 개봉 등으로 열기를 이어오고 있는데, 4주차를 맞아 28일 토요일에는 촛불집회와 결합해 청계광장으로 나간다.

이어 다음주부터는 부산영화제로 장소를 옮겨 해외 영화인들에게 정치적 압력에 따른 상영 중단 문제를 적극 알릴 예정이어서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될 조짐이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롯데가 외면하고,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시켰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과 호의적인 여론에 힘 입어 상영 중단을 시킨 세력에 대해 역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광장 상영은 보이지 않는 세력과의 싸움 선포

28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상영되는 < 천안함프로젝트 >

ⓒ 성하훈

28일 오후 8시 30분 청계광장 상영은 개봉 중인 영화가 광장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일이다. 상영 중단의 여파가 계속 커지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 천안함프로젝트 > 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이 이뤄지고 있고,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한 관람도 가능하지만 직접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배급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주관은 ' < 천안함프로젝트 > 상영중단 사태 영화인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맡기로 했다.

대책위에는 국내 영화단체들을 비롯해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 한국영화를사랑하는의원모임 등 영화계뿐만 아닌 문화예술계, 사회단체, 정치권이 망라돼 있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문화계의 의지가 다분히 반영돼 있다.

대책위는 광장 야외 상영과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2013년 9월 7일은 헌정사상 최초로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처참하게 살육 당한 날"이라며 "천안함프로젝트를 관객으로부터 유리시키려는 세력과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이어 "영화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다운로드와 IPTV 조기 개봉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다운로드 개봉 첫 주 1위, IPTV 순위 10위에 오르며 영화를 관객과 유리시키려는 어리석음을 증명했으나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이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사건이고, 초법적 힘을 과시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바람을 더욱 무력화 시키길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번 상영이 보이지 않는 세력과의 싸움을 쉽게 끝내지 않을 것임을 선포하는 자리"라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의 연대와 지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서 특별상영 및 내외신 기자회견 예정

광장으로 간 < 천안함프로젝트 > 는 다음주에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배급사 측은 3일 개막하는 부산영화제 기간에 내외신과 해외 게스트들을 위한 특별상영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배급 관계자는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갑작스런 상영 중단에 AFP 통신, 영화전문지 < 버라이어티 > 등이 놀라움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부산영화제에서 해외 영화인들에게 이를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영화제 기간 중 외신들을 위한 보도자료가 제공되고, 해외 영화인들에게도 전후 사정을 담은 영문 홍보자료를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특별 상영은 8일 저녁 이뤄질 예정이며, 영화 상영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이 핵심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있어 영화제 기간 중 해외 영화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창작과 표현, 상영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상당히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기다양성영화관 선정작 결정 후 상영 취소도 논란

경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경기다양성영화관에서의 < 천안함프로젝트 > 상영이 취소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다양성영화관은 지난 3월 경기도가 메가박스의 4개관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독립예술영화 지원 사업으로 극장 확보가 어려운 영화들에 대해 2주 정도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운영 실무는 경기영상위원회(위원장 조재현)가 맡고 있는데, 메가박스가 이마저 간섭해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메가박스 측은 "상영을 하라고 권유했으나 경기영상위가 거부했다"면서 "경기영상위 쪽이 자신들도 상영을 못하면서 메가박스에 책임 문제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4월 메가박스의 상영관을 임대해 개관한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 성하훈

경기영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영상위원회는 규정된 절차를 거쳐 < 천안함프로젝트 > 를 상영작으로 선정하고 개봉하려고 했으나 메가박스 측의 상영 중단 요청에 따라 취소"했다. 1년 임대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향후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메가박스 측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가박스 측은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이후 추석을 앞두고 상영을 해도 된다고 전화와 구두로 전달했다, 그런데 경기영상위 쪽에서 이미 지나간 영화라며 상영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영상위도 경기도의 눈치가 보여 부담스러워 못하는 것을 마치 우리가 막아서 상영을 못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영하는 인디플러스 등의 독립영화관들도 상영을 못하고 있는데, 마치 모든 문제를 우리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며 "다양성영화관 상영이 안 된 것은 전적으로 경기영상위 탓"이라고 강조했다.

메가박스의 주장에 대해 경기영상위 관계자는 "메가박스 측의 상영 제안이 있었지만 상영 중단에 따른 비판 여론을 다양성영화관을 통해 모면해 보려는 의도로 이해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에 상영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지만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았다"며 "메가박스가 최소한 몇 개 관 정도는 상영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도 다시 논의해 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영할 경우 최소 2주 이상 상영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개봉한 지 한참 지났고, 다른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는 상태에서 이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만일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한다면 우리도 어렵지만 보조를 맞춰줄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인디플러스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독립영화 관계자는 "메가박스 주장대로 영진위의 눈치가 보여 상영을 못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며 "독립영화 신작 2편이 동시에 개봉해 < 천안함프로젝트 > 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집중하고 다른 영화는 인디플러스에서 상영을 한 것"이라며 "모든 독립영화를 다 상영하는 것은 어렵기에 조율을 한 것일 뿐 눈치를 보거나 간섭을 받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인디플러스는 영진위 직영에서 위탁운영을 앞두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라 프로그램 선정은 인디스페이스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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