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夏대전①] '설국열차'派가 추천한다..先양갱 後코카콜라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여느해보다 유독 올해 여름은 극장가가 들썩들썩하다. 산이나 바다로 휴가를 떠날 사람들이 지긋지긋한 장마를 피해 극장으로 몰려오는 것. 여기에 볼만한 영화까지 가득하니 관객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지난달 31일 전야, 전일 개봉한 두 영화 '설국열차'(봉준호 감독, 모호필름·오퍼스픽쳐스 제작)와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씨네2000 제작).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유혹하고 있고 관객 역시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대로 나뉘게 된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골라 먹는 화려한 밥상 '설국열차'와 '대세' 하정우의 간단하지만 영양가 듬뿍한 단촐한 밥상 '더 테러 라이브'. 일단 개봉 첫주 승자는 7성급 호텔 쉐프 '봉테일'에게 돌아간 듯하다.
냉전 시대 갑자기 찾아온 기온 이상으로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에서 유일한 생존처인 열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설국열차'. 그렇다면 '설국열차' 파(派)가 말하는 영화의 묘미는 어떤 것일까?
◆ 단백질 블록이라 쓰고 양갱이라 부른다
봉준호 감독은 멸종된 지구의 유일한 생존처인 '설국열차'에 몇 가지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중 하나가 '단백질 블록'이다.
이 '단백질 블록'은 진한 고동색의 작은 벽돌 모양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영양분이 들어있는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이다. 꼬리칸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개념을 점점 잃게 되고 '단백질 블록'에 맞춰 살아간다. 스테이크가 어떤 모양인지, 치킨이 어떤 맛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에드가(제이미 벨)와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모든 식재료가 앞쪽 칸에 독점된 상황, 꼬리칸 사람들은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정한 시간에 맞춰 배급받고 있다. 이들은 '단백질 블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드는지도 모른 채(영화를 보면 재료와 만든이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살기 위해' 먹는다.
'설국열차'를 보고 난 관객은 '단백질 블록'을 팥으로 만든 영양 간식 '양갱'이라 빗대고 있다. 실제로 양갱의 비주얼과 식감이 100% 흡사하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 '전' 꼭 양갱을 챙겨 먹으라는 '설국열차' 파의 조언을 참고하도록. 어쩌면 마지막 양갱일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단백질 블록'은 진짜 양갱으로 만든 것일까?
봉준호 감독은 '단백질 블록'에 대해 "양갱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양갱은 아니다. 다시마와 젤라틴으로 만든 일종의 단단한 젤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맛이 아주 고약하다. 촬영 당시 배우들이 곤욕스러워해서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미안해서 나도 그들 앞에서 먹곤 했는데 맛이 정말 오묘했다. 제이미 벨은 옆에 버리는 통을 가져다 놓고 촬영이 끝나면 뱉기 바빴다. 내가 배우들을 고생 좀 시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펩시는 안돼, 무조건 코카콜라
갑자기 뜬금없이 왠 콜라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설국열차'의 여운을 남기는 엔딩을 보면 이해가 될 문구다. 상당히 묵직하고 많은 메시지를 담은 엔딩이다.
냄궁, 아니 남궁민수(송강호)는 물 공급칸 앞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딸 요나(고아성)에게 창밖의 풍경을 보여준다. '트레인 베이비' 요나는 하얀 눈으로 덮힌 꽁꽁 언 세상을 처음 보게 되는 것.
이후 전투에서 승리한 꼬리칸의 전사들은 메이슨(틸다 스윈튼)을 포로로 잡아 윌포드를 향해 앞쪽칸을 한 칸씩 나아간다. 토마토가 열리고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정원을 지나갈 때쯤 우연히 창문을 본 남궁민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저게 뭐야?"라는 남궁민수의 말은 의문에 남긴 채 영화는 다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바로 남궁민수의 "저게 뭐야?" 대사는 엔딩을 암시하는 봉준호 감독의 힌트다. 영화를 본 상당수 관객이 무심히 지나치는 대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궁민수가 보고 놀란 대상이 엔딩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을 위해 정체를 밝히지 않겠지만 코카콜라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엔딩을 두고 "많은 의견이 나올 것이다. 정답은 없다. 관객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자 해답이다"라고 예언했다. 그의 말처럼 관객은 극장 문을 나서면서 엔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인류에 대해, 지구 종말에 대해.
'설국열차' 파
가 강력히 추천하는 한 마디 "영화를 보기 전 양갱, 영화를 본 후 코카콜라 한 잔"
< [스크린 夏대전②]에서 이어집니다. >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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