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포영화 '호스텔'에 슬로바키아 분노
(서울=연합뉴스) 미국에서 크게 흥행하고있는 공포영화 호스텔에 대해 슬로바키아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있다고 BBC인터넷판이 27일 전했다.
슬로바키아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슬로바키아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고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있다.
엘리 로스 감독의 이 영화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두명의 미국 청년이 창년촌에서 슬로바키아 여인들에 의해 고문실에 인질로 잡혀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퀜틴 타란티노가 500만달러도 되지 않는 저예산으로 제작했다.
호스텔은 올해초 미국에서 개봉되면서 흥행 순위 1위에 올라서는등 관객을 끌어모으고있으나 편집되지 않고 원판 그대로 상영된 슬로바키아에서는 적대적인 반응이 노골화되고있다.
슬로바키아 의회 문화위 소속인 토마스 갈바비의원은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면서 "모든 슬로바키아 국민이 불쾌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에 나오는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슬로바키아 말이 아니라 체코말을 쓴다는 점도 지적하고있다. 영화 촬영이 이웃 체코에서 이뤄진 때문이다.
갈바비의원은 "이 괴물같은 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져있으며 슬로바키아의 좋은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고 분개했다.
슬로바키아 문화부의 린다 헬디코바도 "이 영화가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는 데에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호스텔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언론에도 드러나고있다. 슬로바키아 일간 SME는 이 영화가 "슬로바키아의 젊은 여성들을 저질 매춘부로 묘사하는등 후진 국가로 묘사하고있다"고 보도했다.
호스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슬로바키아의 한 여행사는 로스감독이 슬로바키아의 "일상적 현실"을 볼 수 있도록 초대한다고 발표했다.
로스 감독은 영화의 배경으로 슬로바키아를 선택한 데 대해 미국인들이 슬로바키아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은 슬로바키아란 나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있다. 이 작품은 미국민들이 전 세계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이 영화를 배급한 이타필름사는 로스 감독이 슬로바키아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로스 감독은 호스텔의 속편도 찍을 예정이며 전편과 마찬가지로 체코에서 촬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maroon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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