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도 안먹혀..걸그룹 성장동력 다했나

박효재 기자 2014. 2.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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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섹시해 보여. 굳이 노출 안 해도 아찔한 나의 하이힐, 새까만 스타킹.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걸."

지난달 16일 발매된 걸그룹 AOA의 싱글 '짧은 치마'의 노랫말이다. 2012년 결성 당시 AOA는 다른 걸그룹과는 달리 밴드 콘셉트의 유닛(그룹내의 소규모 팀) AOA 블랙을 내세워 깜찍한 이미지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10월 섹시한 이미지를 가미한 싱글 '흔들려'가 인기를 얻자 섹시 콘셉트로 급선회했다. 3개월 새 노출과 안무는 더욱 과감해졌고 노랫말 역시 더 노골적이 됐다. 무대 바닥에 드러누워 다리를 배배 꼬는가 하면 미니스커트 옆에 달린 지퍼를 내리며 각선미를 드러내고 쉴 새 없이 골반을 흔든다. 다른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달샤벳의 '비.비.비', 레인보우의 유닛인 레인보우블랙의 '차차' 등도 섹시 콘셉트로 일관한다. 걸그룹들이 치열한 노출 경쟁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잡기위해 안간힘이지만 음원 차트나 음반 판매고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이에 따라 가요계에서는 걸그룹의 성장동력이 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악적 이슈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일회적인 눈요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1년 새 걸그룹들의 활동은 미약했다. 걸그룹시대를 풍미했던 원더걸스와 카라는 사실상 해체됐고 소녀시대, 투애니원도 기대 이하이다. 기껏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가 유투브 베스트 뮤직비디오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고나 음원차트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포미닛과 씨스타 등도 기대이하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걸그룹들은 사라져가는 팬들의 눈길을 잡기위해 섹시콘셉트를 난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걸그룹 시장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2 <불후의 명곡>을 연출하는 권재영 PD는 "섹시 콘셉트에 댄스 음악을 하고, 몇몇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 기획형 상품처럼 만들어지는 걸그룹들이 쏟아지면서 대중들의 피로감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걸그룹의 팬들이 남성아이돌 그룹에 비해 충성도가 약하다는데서도 기인한다. 음악성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보다는 쉽고 자극적인 섹시 콘셉트에 더욱 집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남성팬은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조직화되기가 쉽지 않고 공연 관람이나 음반 구매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손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섹시 콘셉트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획사들이 걸그룹을 하나의 기획형 상품으로만 보는 시각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류의 한축을 담당했던 걸그룹의 회생을 위해서는 가요계의 전면적인 반성과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하려는 창조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YG 엔터테인먼트를 언급하며 "멤버들이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하게 하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 아이돌과는 다른 뮤지션을 양성한 것처럼 걸그룹에도 이같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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