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위기'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심은 어디로 갔나
[부산=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19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전환점을 돌았다. 규모는 커졌고 프로그램들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위기설은 지나치기 힘들고 수면 아래로 위기요소들이 꿈틀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급성장하게 해준 원동력에는 금이 갔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위기가 도래했다.
▲ '스타' 사라진 부산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취재할 스타가 없다'고 말한다. 올 최대 이슈의 중심인 탕웨이 마저 없었다면 어떡할 뻔 했냐는 의견도 있다. 정우성, 조정석, 신민아, 김희애, 박유천 등 충무로 별들이 등장했지만 예년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해운대에 스타가 사라진 것은 AFAN 스타로드 행사 취소 등 관련 행사가 부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레드카펫 행사는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 출연 배우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연매협이 주도했던 연예인 초청명단을 영화제 초청작 출연배우 위주로 채웠다. 그동안 문제시 됐던 노출 의상 등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레드카펫에 오른 스타의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당히 적었으며 여배우들 역시 정숙한 드레스로 레드카펫에 오르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흥행은 아쉽다. 부산을 찾는 스타들의 수가 줄자 연예인을 실제로 보려고 몰렸던 시민 숫자도 줄었다. 다행히 주말 내내 쾌청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체감되는 열기는 다소 식은 느낌이다. 해운대 인근을 자주 지나는 한 택시 운전사는 "예년에는 해운대와 영화의 전당을 오가는 관객을 실어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상당히 줄어든 느낌이다"고 말했다.
▲ '다이빙벨', 논란 속 무사히 상영됐지만 신뢰에 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이슈는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이다. '다이빙벨'은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승객 구조 방식을 두고 대립과 혼란이 산재했던 보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작품이 정치색을 띌 수 있다는 이유로 조직위원장 서병수 부산 시장은 개막 전 영화제 측에 '다이빙벨' 상영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유례없는 압력이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 매체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이 상영될 경우 국고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커졌다. 영화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영화인 연대는 '부산시 부산영화제 상영취소 압력 철회 요청 성명서'를 내며 항의했으며 봉준호 감독 역시 "('다이빙벨' 상영 철회 요청은)부산시장의 실수"라 밝혔다.
지난 6일, 결국 '다이빙벨'은 무사히 상영됐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자율성에 관한한 치명적인 상처를 안게 됐다. 부산시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외압설은 자유로웠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 상영작을 선정하고 초청하는데 있어 외부의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매해 오르는 해운대 물가, 명소도 점점 사라져
매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이들은 최근 부쩍 오른 해운대 인근의 물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과 비교해 숙박업소 가격은 두 배에서 최대 세 배까지 폭등했다. 해운대 인근이 개발되며 평상시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 번화가가 됐지만 "짧은 시간에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푸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명물이었던 해운대 해변 포차촌도 예전같지 않다. 이 곳에 가면 영화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영화제 기간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인기가 높아지고 가격은 점점 올랐다.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영화인이나 영화제를 찾은 학생들은 점점 밀려났다. 영화인이 발길이 줄어들자 이들과 함께하던 배우들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는 이벤트성 술자리 콘셉트 인터뷰만 진행되는 모양새다. 물론 이들 주위에는 경호원들이 빼곡이 들어선다. 영화인, 배우, 축제를 찾은 시민이 서로 어울려 소주를 기울이던 모습은 이제 찾기 힘들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상술이 결국 축제를 망치고 있다. 인간미 넘치던 공간이 어느새 상인들의 이권다툼의 공간이 됐다. 개막식이 진행된 2일, 해운대 인근에는 야외 테이블 설치를 놓고 상인끼리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가게 입구를 일부 가리는 탓에 손님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축제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 '관객' 중심에 세웠던 초심 찾아야
부산국제영화제가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의 기득권 속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의 힘이다. 다소 폐쇄적인 다른 영화제와는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 위주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이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관객과 함께하는 오픈토크, 스타로드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또 관객을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 저렴하고 특색 있었던 부산 해운대 등이 흥행 요소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흥행요소에 모두 금이 가고 있다. 한류 확산과 더불어 외국 관광객을 끌어당겼던 스타들은 부재했고, 자유로웠던 작품 초청엔 생채기가 생겼다. 해운대 물가는 점점 오르고 이 곳을 찾는 영화인들의 주머니도 가벼워지고 있다. 일반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줄어드는 셈이다.
19회를 거치며 부산국제영화제는 확실히 성장했다. 사람 나이로 내년이면 20대, 성인이다. 영화전문지 씨네21 데일리판에서 소개한 소박하게 길거리에서 막걸리잔을 나누고 있는 영화인들과 김동호 위원장의 모습은 낯설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심이 무엇이었지는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과 영화인이 어울려 술잔을 나누고 스타에 열광하고,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던 곳이 부산국제영화제다. 초심을 잃어선 안된다. 관객이 없으면 영화제는 죽는다.
부산=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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