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는 어떻게 '죽의 장막'을 뚫었나

이혜인 기자 2014. 3. 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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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어떻게 '죽의 장막'을 뚫었을까.

중국에서 거센 열풍이 불고 있는 드라마 <별그대>는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외국 영상물 수입을 강하게 규제해 왔던 중국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국의 주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인위에타이, 아이치이 등에서는 <별그대> 다시보기가 이달 초반까지 22억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중국 공영방송인 CCTV의 시사프로그램은 <도교수, 별에서 왔나?>라는 제목으로 <별그대> 열풍을 다뤘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이처럼 큰 인기를 얻은 것은 2005년 이후 약 9년만이다. 2005년 <대장금>의 중국 내 인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견제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광천총국(방송·영화 등 매체를 총괄관리하는 기관)은 한국 등 해외 영상물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2006년에는 국영방송인 CCTV에서 연간 수입하는 한국 드라마를 4편으로제한했을 뿐 아니라 방송시간도 축소시켰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7~10시 사이에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이 인기를 끌자 각 방송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1년에 1개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정부주도의 규제정책으로 죽의 장막을 쳤지만 한국드라마 열풍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동영상 사이트의 역할이었다. 중국에서는 외국 영상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인위에타이, 아이치이 등 5대 동영상 사이트가 발달해 있다. 이 사이트들은 2008년을 기점으로 드라마 판권을 정식으로 구매해 중국인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별그대> 역시 방송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말 8개 동영상 사이트에 판매됐다. 덕분에 중국인들은 이런 사이트를 통해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송된 지 1시간만에 자막이 달린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SBS 관계자는 "예전에는 텔레비전 판권과 동영상 사이트 판권의 가격 차이가 심했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거의 1대 0.8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이같은 방식으로 중국내에서 방영됐는데 유독 <별그대>가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드라마가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류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박성현 박사는 '발전된 선진국의 모습,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대사들, 자기 주장이 강한 여자 주인공'을 3대 흥행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쪽 사람들은 경제발전으로 나아진 생활상들을 보고 싶어하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별그대>에는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별그대>의 남자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400년 전 조선시대에 우주선을 타고 내려온 외계인이다. 외모는 20대지만 명심보감을 즐겨보고, "재물을 탐하는 것은 오랑캐의 짓"이라는 식의 교훈적인 대사를 많이 한다. 한자 문화와 유교정신을 담은 대사들을 보며 중국인들이 친근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주장이 강한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역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별그대> 열풍이 9년전 <대장금>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중국내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현 박사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자국 문화보호를 이유로 충분히 또다른 규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가져왔던 동양문화의 근원이라는 자부심과 중화주의가 불거지면 또다른 죽의 장막을 치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성현 박사는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본 한류 스타들과 기획사들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진출하는데다,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규제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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