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의 승자, '무한도전'이다

2014. 6. 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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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MBC < 무한도전 > '선택 2014' 후보별 포스터.

ⓒ MBC

< 무한도전 > '선택 2014'를 다시 보는 느낌은 특별했다. 6.4 지방선거 당일 오후, 영리하고 영악하게도 MBC는 '선택 2014' 특집을 연이어 편성했다. 지방선거 기간과 맞물려 시청자들과 팬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았던 특집 말이다.

어디 이들 뿐이던가. 각 후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 무한도전 > 과 도킹을 시도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17일 '선택 2014' 사전투표가 열린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를 방문해 관심을 끌었다. 박 후보는 유재석을 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역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투표자 45만 8396명, 온라인 투표자 36만 명. '선택 2014' 특집은 웬만한 대도시의 투표율에 버금가는 참여 규모와 주말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의 장기 특집이란 프리미엄 효과와 더불어, < 무한도전 > 에 대한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와 맞물려 정치인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 무한도전 > 의 답

< 무한도전 > '선택 2014'의 한 장면.

ⓒ MBC

사실, 국민 MC 유재석의 당선(?)으로 김이 빠졌다는 결과론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선택 2014'가 남긴 족적과 성과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만 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관련한 결방에 뒤이어 김태호 PD와 제작진이 내놓은 '결단'과도 같은 특집이기에 그 의미는 더없이 빛났다.

전국민을 충격과 비통함으로 몰아 넣으며 집단 트라우마에 빠지게 한 참사 앞에서 9년째 국민 예능의 자리를 이어온 < 무한도전 > 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장고 끝에 내놓은 결과가 바로 '선거 특집'이기 때문이다.

향후 10년을 바꿔나갈 < 무한도전 > 리더의 자리에 한국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층과 권력층, 예컨대 정치인을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지방선거와 정밀하게 닮아있는 선거 제도를 제시한다. 이후 멤버들이 벌이는 선거전과 이합집산, 후보자들의 욕망의 민낯을 조명한다. 그 결과를 반영하는 선거운동은 물론 실제 개표 과정과 개표 방송을 그대로 복사해 '선거'와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선택 2014'를 요약하면 대략 이 정도다.

다시, '선택 2014'는 세월호 참사 이후 < 무한도전 > 이, 그리고 시청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김태호 PD의 진심어린 대답이다. '누구로 바꿀 것이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필요도 없다. 대신 김태호 PD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질 이들을 바꿀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이 바로 6.4 지방선거와 투표라고 생각한 것 아닐까.

망가져버린 지상파 지형도 속 개표방송까지 신경써

< 무한도전 > '선택 2014'의 한 장면.

ⓒ MBC

그리고 그 생각을 '선택 2014'로 완벽히 구현하고 펼쳐냈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압박과 외압도 받지 않는 선에서 유연하게, 그 어느 풍자보다 더 날카롭게, 그리고 실제 36만 명을 '투표'란 행위에 동참시키면서.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달라"던 소수파 후보 정형돈의 읍소는 현실과 맞물려 꽤나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씁쓸한 것은 < 무한도전 > 의 방송사다. 지방선거 과정 중계에 있어 기계적인 중립과 편파성을 오락가락하던 MBC 말이다. MBC 내부의 그 어느 시사, 뉴스 프로그램이 하지 못한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몽을 다름아닌 < 무한도전 > 이 해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KBS 사태까지 맞물려 그 의미는 더욱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KBS 제1,2노조가 청와대의 보도 개입 의혹을 제기,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 중인 공영방송 KBS의 상황 말이다. 심지어 KBS는 선거 방송은 물론 정규방송과 월드컵 중계까지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사이, SBS < 그것이 알고싶다 > '세월호 2편'은 사측의 제지로 방송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미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은지 오래다. 이러한 지형도 안에서 '계몽주의자' 김태호 PD와 < 무한도전 > 이 일궈낸 의미는 전무후무하다고 볼 수 있다. < 무한도전 > 을 여전히 작가주의 예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증거다.

특히나, 특집 말미 출구조사를 비롯해 개표방송까지 완벽히 구현함으로서 < 무한도전 > 시청층에게 '개표방송'에 대한 흥미까지 되새겼다는 점은 의외라고까지 표현할 법 하다. 결과가 노홍철과 유재석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초박빙의 개표 과정을 이끌어냈다고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소 지루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개표방송까지를 그대로 복사한 것은 결단에 가깝다.

실천하는 '유재석 리더십'과 < 무한도전 > 제작진의 향후 10년

< 무한도전 > '선택 2014'의 한 장면.

ⓒ MBC

비록,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을 통해 예외적인 비난을 받았지만 < 무한도전 > 은 비난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리더로 선출된 유재석과 제작진의 발빠른 사과를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시청자의 요구와 눈높이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이란 자기정체성을 공고히 한 것이다.

또 하나, 왜 '유재석 리더십'이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는 가도 입증했다.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리더 유재석의 약속은 방송 시간 엄수와 함께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 비판과 관련해 김태호 PD와 유재석 등 출연자가 곤장을 맞는 것으로 대응했다. 선거 이후 변화를 실제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더불어 지난주 방송 며칠 전, 백상예술대상에서 유재석과 드라마 < 밀회 > 와 관련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희애를 깜짝 게스트로 초대하면서 시의성과 화제를 놓치지 않는 기민함까지 선보였다.

브라질월드컵 응원 등 < 무한도전 > 의 향후 10년을 기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선택 2014' 특집. 아마도 실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리더 유재석이란 식상한 결과에 상관없이, < 무한도전 > 은 이번 6.4 지방선거의 승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이 아무리 열심히 투표해도 기존의 보수적인 (유재석의) 지지층을 앞서기란 쉽지 않다는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의도치 않았던 교훈과 함께. 그리고 이번주는 다시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품으며 예능의 정석으로 돌아가는 '배고픈 특집'이 예고됐다. 브라질월드컵 응원단에 배우 손예진이 합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렇게, < 무한도전 > 은 또다시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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