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환과 여동생, '불치병 걸리고도 간호사로 일하다' [이준형의 다이어리]

금아라 입력 2010. 12. 23. 14:10 수정 2010. 12. 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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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준형 기자]17년전인 지난 1993년, 박찬환을 서울 서부병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방송사 출입이었던 나는 휴가중 스키를 타다 머리를 다쳐 장기입원중이었다. 내가 연예부 기자라 방송국 왔다갔다 했고 나이도 동년배라 서로 얼굴을 알고 있었던 터이지만, 변두리 병원서 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병원서 만난 데 서로 깜짝 놀랐다.

박찬환은 여동생을 보러왔다고 했는데, 여동생은 그 병원에 간호사로 있었던 것이다. 그 간호사는 내 담당은 아니었지만 장기입원중이었기 때문에 나를 알고 있었고, 마침 병실을 찾아와 내가 읽으려고 쌓아놓았던 책을 몇권 빌려가 친분도 생긴 참이었다.

당시 '여길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박찬환은 '여동생이 여기 있다'면서, 나중 조용히 '동생이 불치병이 있다'고도 알려줬다. 병 걸린 여동생이 간호사라니. 도움 받고 치료 받아야할 불치병 환자가 남 돕는 간호사라니. 그때부터 병실에 책 빌리러 왔던 박찬환 여동생이 천사처럼 보였다.

23일 KBS 아침토크프로인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서 박찬환이 출연해 그 여동생 얘기를 했다. 그 여동생이 재생 불량성 빈혈로 올해 죽었다고 한다. 여동생이 세상을 떠난지 100일만에 또 아버지도 떠나보냈다고도 들려줬다.

박찬환은 프로그램에서 "(여동생이) 20년동안 투병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때 17년전은 여동생 병이 초기였던 셈이다. 박찬환은 그때부터 여동생을 돌본 것이다. 그때면 박찬환이 지금보다 더 창창하고 연기생활 바빴을텐데, 응암동 변두리 병원에 여동생을 보러 그가 찾았고, 나한테 들킨 것이다.

박찬환은 "연기를 하면서 여동생 간병을 했고, 동생이 너무 힘들게 갔기 때문에 아픔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 또 "공황상태에 빠졌고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17년, 아니 20년 됐으면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17년전 병실을 노크하고 책 빌려간 박찬환 여동생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려지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하다. 그때 복도서 만나 '어!어!'하고 놀란 박찬환이 10여년 지나 방송서 말한 여동생의 간병과 죽음 얘기에 '성스러운 오누이애'가 가슴속에 새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박찬환의 여동생 얘기에 증인으로 나서면서 이를 인증할 의무까지 생겼다.

돌이켜보니 17년전 그때 박찬환의 여동생은 자기가 아픈 것도 알았음직 한데, 남 돕는 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걸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감히 붙일 얘기는 아니지만 그토록 수단서 한센병에 내전에 찌든 주민들을 돕고 스스로 암에 걸려 양평의 다른 암환자를 위해 죽을때까지 노래를 들려준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까지 생각나는 크리스마스 전 23일 낮이다.

[사진 = 박찬환 (출처 = KBS)] ▶ 내가 보는 2010 스타는? 트위터로 투표하기 ▶ 사진으로 HOT NEWS를 한번에 본다! 'MD스타화보'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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