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과거와 남자 과거가 같냐" 가부장적 발언에 '미우나' 시청자도 발끈

2008. 4. 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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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희준 기자]

드라마에는 가치관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때때로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나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이가 포함돼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4월 1일 방송된 KBS 1TV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150회에서 우진(이상윤 분)은 결혼을 약속하게 된 지영(이영은 분)을 친구들에게 소개시켰다.

우진의 친구들은 지영을 소개받고 처음부터 그리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우진의 친구 영수(이중성 분)는 지영이 나간 사이 "우리한테 까지 소개하는 것을 보니 그냥 만나는 것 같지 않은데 어쩌려고 그러냐"고 운을 띄웠다.

우진이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짓자 영수는 "지영과 나선재(조동혁 분)와 유명한 CC(캠퍼스 커플)이었다"고 이유를 말했다. 실제로 지영과 선재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선재는 수아(유인영 분)와 결혼 후에도 지영을 잊지 못했고 지영도 선재에게 받은 상처로 우진을 어렵게 받아들였다.

영수는 "내가 알기론 선재와 지영이 결혼하기로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지영이 쟤 웃긴다"고 지영의 흉을 봤다. 영수는 "과거 있는 여자를 왜 건들이냐"며 우진을 질책하기까지 했다.

이에 우진은 발끈하며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있느냐. 여기서 과거 없는 사람 골라봐라"며 영수의 의견을 묵살하려 했지만 영수는 "여자 과거하고 남자 과거하고 같느냐"며 지영의 상처를 들춰냈다. 우진은 "너같은 놈을 친구라고 만난 것이 짜증난다"고 화를 냈지만 그 사이 자리로 돌아온 지영은 모든 얘기를 듣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영수의 발언에 대해 "시대 착오적인 발언이 아니냐" "가부장적인 생각이다" "한심한 대사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진이 화를 냈던 만큼 시청자들도 영수의 대사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그려내는 드라마에서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남자의 과거와 여자의 과거가 다르다"는 것은 케케묵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들의 지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영수의 발언은 작가의 가치관을 떠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우진이 친구의 생각을 반대한 것도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전통과 현대 문명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에서 가치관의 대립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진과 영수의 대립은 전체적인 가치관의 대립의 작은 조각일 것이다.

단지 가부장적 발언에 발끈하는 것 보다는 우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에서 우리 모습을 아량있게 찾아보는 것도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김희준 jinxiju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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