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MBC가 표절논란 및 저작권 침해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표절논란과 저작권 침해의혹의 진원지는 지난 31일 밤 방송된 '가요대제전'.
일부 네티즌이 방송직후 '가요 대제전'의 오프닝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열린 일본 인기그룹 스마프의 '018 팝-업 스마프' 투어의 오프닝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고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확산일로에 있다. 이에 대해 MBC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채 MBC 예능국 한 관계자가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무대는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가요대제전' 오프닝은)표절이 아닌 패러디였다. 패러디를 한 것이 표절 시비로 불거져 유감스럽다. 시청자의 눈이 가장 예리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작진인데 어떻게 표절이 될 수 있겠느냐.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스마프 오프닝 무대는 나름대로 '인생의 의미'를 담고자 한 데 반해 '가요대제전' 오프닝 무대는 단순히 패러디 하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연출 의도는 물론 내용 또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패러디를 패러디로 보지 않는다면 제작진이 시청자를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것이 1999년 드라마 '청춘'의 표절 논란이 제기될 때 취했던 MBC의 태도이다. 외주PD가 제작한 '청춘'은 장동건 김현주 황수정 등 스타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는데 방송된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 캐릭터의 성격에서부터 의상에 이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일본 인기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의 표절의 흔적이 너무 짙게 나타났다.
'청춘' 방송분과 '러브제너레이션'을 비교해본 결과 표절이 확실했고 두 드라마를 비교해서 본 변호사, 드라마 전문가, 저작권 전문가 등은 한결같이 표절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취재를 바탕으로 '청춘'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썼고 표절에 대한 이슈가 방송계 안팎의 문제로 떠올랐다. 이때 담당 연출자는 표절이 아니고 명예훼손을 운운했지만 방송위의 '청춘'이 표절이라는 최종 결론이 나오면서 MBC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함께 외주 연출자에 대한 징계, 그리고 '청춘'의 조기종영이라는 준엄한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선'청춘'작가에 대해 표절의 책임을 물어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MBC '가요대제전'오프닝 무대의 표절과 저작권침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한다. 패러디라고 단순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심대한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MBC가 패러디라고 강변해 이 표절논란을 피해간다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왜냐하면 패러디라고 모두 표절의 면책과 저작권 침해의 면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패러디가 공정이용(fair use)일 경우에만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약점이나 진지함을 목표로 삼아 이를 흉내내거나 과장하여 왜곡시킨 다음 그 결과를 알림으로써 원작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해 비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내는 패러디 기법에 대해 최승수 변호사는 지난해 열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서의 표절판단 및 공정인용의 기준'이라는 심포지엄에서 "패러디는 미국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의 한형태로 발전되어온 이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별규정은 없지만 패러디를 저작권법 제 28조를 근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패러디는 필연적으로 원작에 대한 변형이 수반돼 원작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원작의 핵심적인 표현이나 분량을 차용하게 돼 있어 패러디에는 표절책임 여부가 문제가 되고 이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문제는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무대의 원작 유명성이 일부 국내 스마프 팬들만 알고 대부분 대중들은 모르고 있을 정도로 유명성이 낮은 스마프 오프닝 무대를 패러디했고 MBC측이 이에 대한 고지를 전혀 안해 표절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 표절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패러디라고 표절 책임이 면제되는 모두 창작의 기법의 하나로 인정받는 공정이용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최승수 변호사는 우리 저작권법 28조를 보면 원작의 이용행위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성격, 이용된 부분의 분량과 실질적 가치, 저작물(원작) 이용이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기치에 미치는 영향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주장한다.
최승수 변호사에 따르면 원작 행위의 이용행위의 목적과 성격은 패러디를 만드는 목적의 상업성 여부와 관련한 것인데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비상업적, 교육적 목적을 가진 것이 더 공정이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MBC의 '가요 대제전'은 분명 상업적인 성격이 짙다. 광고를 수반하는 오락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원작의 성격에 대해서는 원작이 창작성이 높은 것일수록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스마프의 오프닝 무대는 매우 창작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패러디에서 어느 정도의 분량을 차용하였는가도 표절책임 유무를 가리는 근거가 된다. 과도하게 많은 분량을 차용하면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는 저작권을 침해한 표절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무대에 대한 표절이냐 패러디냐의 문제는 이러한 법적 근거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MBC가 '청춘'의 드라마 표절에 대할 때 잘못을 인정하고 조기에 조치를 취해 표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방송계의 표절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던 선례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연 그런 MBC가 이번 '가요대제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시청자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쌓이고 있는 '가요대제전' 오프닝 무대. 사진=방송캡처]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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