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런 식으로 사회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한다. 처자식은 생각지도 않는 이기적인 가장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MBC '하얀거탑' 최도영 교수 얘기다. 이 드라마는 좀처럼 드문 현상 하나를 보여줬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온갖 협잡과 비굴을 마다않는 장준혁 과장에게는 동정의 시선이 쏟아진다. 반면 진실을 위해 헌신하며 의학의 정도를 걷는 최 교수는 '조직부적응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최 교수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을 2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시청자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맞아요. 저도 대본을 보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때가 많습니다. 장 과장은 시골 어머니를 찾는 등 인간미를 드러내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 교수에게는 그런 디테일한 묘사가 없어요. 원작에서는 지방병원에서 노인환자를 돌보기도 하거든요. 극적 효과를 위해서겠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어떤 대목이 납득되지 않느냐고 묻자 망설임없이 대답이 돌아온다. "의료 사고를 당한 환자가 위독해지자 최 교수가 장 과장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정말 이해가 안됐어요. 친구 준혁을 무너뜨리려는 목적도 아닌데 굳이 법정까지 나가야하는 설정 역시 의아스러웠습니다."
그는 드라마 초반 최 교수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의사 최도영은 선비 같습니다. 장 과장의 화려한 이력에 견줄만한 내적인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런제 제가 너무 일차원적으로 연기하다보니 최 교수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고해성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반에는 (연기를)잘 못해 겁이 많이 났습니다. 아마 야구나 축구였으면 선수 교체를 당했을지도 몰라요. 제게 할당된 대본 분량이 적기 때문에 그 공백을 연기력으로로 메워야 하는데 충분히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최 교수는 수수한 캐주얼 차림에 늘 택시를 타고 다닌다. 장 과장의 깔끔한 수트나 고급 외제차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 "일본 원작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의대 교수인데 차 한대 없는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감독님께 최도영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것 아니냐고 막 따졌어요.(웃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이선균은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
태릉선수촌' '
도망자 이두용' '
러브 홀릭' 등 주로 TV단막극에 출연했으며 영화 '
알포인트' '잔혹한 출근'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게 '하얀거탑'은 처음 도전하는 미니시리즈.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타이트합니다. 일정이 촉박하니깐 꼼꼼하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요. 단막극의 경우 대본이 미리 나와있으니 그림을 그리고 들어갈 수 있지만 미니시리즈는 이마저도 힘듭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병리학 교수로 나오는 변희봉이란다. "예전부터 변 선생님 팬이에요. 신인때 단막극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셨는데 대본에 사인을 받기도 했지요. 물론 술먹고 다음날 잃어버리긴 했지만요. 요즘도 촬영장에서 보면 제 연기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해주세요."
인터뷰 말미 의사란 직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손사래부터 친다. "생명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일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고, 혹 자식을 낳게되면 시키고는 싶네요. 노후 대비도 해야되고 …하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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