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천하'에 신인배우 씨 마른다(?)

윤고은 2011. 2.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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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 가수쪽으로 몰려..연기 데뷔코스 변화

"3-5년 아이돌 가수 활동하다 연기로 전환하는게 코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림하이' '성균관 스캔들' '장난스런 키스' '파라다이스 목장' '맨땅에 헤딩' '미남이시네요' '너는 내 운명' '궁' ….

아이돌 가수를 주ㆍ조연으로 캐스팅한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한 지 오래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전쟁 블록버스터 '포화속으로'의 주인공은 빅뱅의 탑이다.

그만큼 아이돌 가수의 인기와 영향력이 높다는 방증인데, 그와 반비례해 연기자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인 연기자의 경우 주ㆍ조연의 기회를 잡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방송사나 영화사 입장에서도 생짜 신인 연기자에게 기회를 주며 모험을 하느니, 연기를 다소 못해도 인지도와 인기가 있는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K-팝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는 아이돌 가수를 한두명 캐스팅하는 것이 작품의 수출에 효자 노릇을 하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그들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를 하고 싶으면 먼저 아이돌 가수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버렸다. 연기만 팠다가는 영영 데뷔의 기회조차 못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바야흐로 연기자 데뷔 코스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인배우의 씨가 마른 것 같아요" = "신인 배우의 씨가 마른 것 같아요. 특히 여배우가 심해요. 괜찮다 싶은 신인들은 모두 가수 기획사에 있어요. 아이돌 그룹 붐을 타고 연예인 지망생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리다 보니 눈에 띄는 신인 연기자를 찾기가 어렵네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혈의 누'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제작한 김미희 스튜디오 드림캡쳐 대표는 13일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그는 새로운 영화 제작을 앞두고 참신한 얼굴을 찾다가 어려움에 봉착했다.

김 대표는 "아이돌 그룹 출신을 기용하려고 해도 어렵다. 일단 가수 스케줄을 우선시하고 기획사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아 조율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전했다.

그는 "큰 가요 기획사에서 좋은 재목들을 대거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걸러내다 보니 연기자 기획사에서는 마땅한 신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사 PD들도 이구동성이다.

한 드라마 PD는 "모처럼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고 해도 연기자 기획사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요즘에는 성형을 비슷비슷하게 해서 그런지 신인 연기자들에게서 개성을 찾기도 힘들다"며 "연기를 좀 못해도 '연기자로는 신인'인 아이돌 가수를 기용해 나름의 신선함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예인 지망생들 자체가 연기자보다 가수를 선호하는 성향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장혁, 김수로, 채림 등이 소속된 싸이더스HQ의 정지철 본부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의 성향 자체가 연기자보다 가수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연습생을 많이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배우를 보면 조인성 이후 오랜 텀을 두고 이민호 정도가 신인에서 부상한 경우다"며 "그만큼 연기자 군에서는 옛날보다 눈에 띄는 신인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시청률 경쟁에 '이왕이면 아는 얼굴' 캐스팅" = 아이돌 그룹 빅뱅과 2NE1을 거느리고, 연기자로는 구혜선, 정혜영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의 김성훈 이사는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신인이 데뷔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전에는 CF에서 얼굴을 알린 후 드라마로 진출하는 것이 연기 데뷔 코스였다면 이제는 3-5년 아이돌 가수 생활을 거쳐 연기자로 전환하는 것이 연기 데뷔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적다 보니 여자 신인 연기자의 발굴, 육성이 어려워졌다. 단적으로 영화계에서는 '아직도 전도연'이란 말이 나오지 않냐"고 말했다.

전도연, 임수정, 하정우 등이 소속된 N.O.A 엔터테인먼트의 나병준 대표도 "과거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신인도 과감히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검증된 연기자가 아니면 투자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제작사는 늘 같은 배우만 계속 캐스팅하게 되고 스크린에서 새로운 얼굴은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래와 연기 동시 꿈꾸는 재주꾼들 많아져" = 그러나 연기 데뷔의 코스가 달라졌을 뿐, 아이돌 가수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새로운 피'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또 박유천, 옥택연, 아이유, 이기광처럼 상당수는 연기에서도 남다른 끼와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지붕뚫고 하이킥'과 '시크릿 가든'으로 부상한 유인나(29)도 무려 10년간 가수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10대 후반부터 가수를 꿈꾸며 가수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결국 가수로는 데뷔하지 못하고 연기자로 풀린 사례다.

그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김성훈 이사는 "가수 기획사의 연습생들은 혹독하게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가수 데뷔를 위한 것이지만 다양한 기회를 위해 연기 수업도 한다"며 "그렇게 연습하는 분량이 많으니 비록 가수로 데뷔하지 못해도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고 하면 제작사에서도 눈여겨 본다"고 말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신세대들의 끼와 재능이 선배들에 비해 좋아져 가수와 연기자를 동시에 꿈꾸는 재주꾼들이 많아진 것이 연기자 데뷔 코스의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룹 JYJ의 에이전시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백창주 대표는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재주가 참 많다. 그만큼 피나는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소화할 재목들이 많다"며 "그래서 일단 가수로 데뷔하지만 자리를 잡고나면 연기 쪽으로도 적극 진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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