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① "반발짝 앞서가는 아티스트, 되고 싶다"

이혜린 2008. 10.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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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아시아에서의 높은 인기와 할리우드 진출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가수 비가 대중성보다는 완성도에 중점을 두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과 목표, 야망을 밝혔다.

지난 15일 발매된 비의 5집 '레이니즘(Rainism)'은 레인(비)으로부터 파생된 모든 것을 일컫는 의미다. 음악, 패션, 스타일 등 비에 관한 모든 것, 그 자체라는 뜻으로 지난 4집까지 함께 해온 박진영 프로듀서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그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 최근 새 앨범을 듬뿍 안고 신문사를 찾아 신곡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하고 자신의 무대는 어땠는지 의견을 구하던 그의 모습은 한층 더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 내가 노래까지 잘하면 어떡해^^

비는 이번 앨범에서 더블 타이틀 전략을 구사했다. 강렬한 댄스곡 '레이니즘'과 차분한 R&B '러브스토리'를 동시에 선보인 것. 특히 '러브스토리'는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비의 호소력짙은 보컬이 강조돼 이미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제 비주얼적인 것과 감성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드리는 거죠. 특히 보컬은 많이 신경썼어요. 발성, 기교, R&B 부분의 각기 다른 보컬 트레이너 세분과 함께 연습했죠. 이전에는 제가 감정은 잡을 줄 알았지만 '쏘는' 맛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호소력 있는 곡이 좀 있어요. 기교 대신 창법에 신경을 쓴 거죠."

사실 그동안 비의 노래 실력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긴 했다. 일부 평론가부터 악플러들까지 이 부분을 공격하곤 했던 것. 이번에 보컬 트레이너들과 작업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강조했다."아니요. 절대, 아니예요. 저는 어딜 가서도 여러분께 비주얼로서 보여드릴 거예요. 제가 없으면 비주얼을 누가 보여주겠어요.(웃음) 또 제가 노래까지 잘하면 어떡해요.(웃음) 제가 비주얼로라도 이만큼 유명해졌으면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창력이 없다거나, 히트곡이 없다는 말들은 사실상 비평으로 들리지도 않아요. 그만큼 제 비주얼이 강했다는 거고, 무대라도 남았다는 거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잖아요. 노래를 연습한 건, 춤 잘춘다고 춤만 추면 대중이 질려하실테니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 음악, 반발짝 앞서갈래

비에 대한 또 다른 '딴지'는 '범대중적인 히트곡'이 없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비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대중에 맞춰 쉽게 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발짝씩 앞서가면서 대중을 끌어가겠다는 각오다.

"어우, 히트곡이 왜 없어요. 그런데 사실 대중가요는 세대별로 나뉠 수밖에 없잖아요. 범대중적이라 하면 트로트밖에 없죠. 제 MP3플레이어에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있는 걸요. 제일 존경하는 가수가 조용필 선배님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비가 국내 무대를 비운 지난 2년동안 가요 트렌드는 급변했다.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따라하는 '텔미' 댄스가 크게 히트쳤고, 누구나 쉽게 부르는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성공의 첫번째 요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비의 인지도에 노래만 좀 더 쉽다면? '국민가수', '국민가요' 타이틀이 욕심날 만도 했지만 비는 대중성에 흔들리지 않았다.

"정말 희한한 게요. 쉬운 노래를 부르면, 춤이 안돼요. 쇼킹한 동작이 안나오는 거죠. 음악이 반발짝 앞서가서 사람들이 따라하기 어려워 해야 새로운 춤이 나와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다 따라할 수 있고 안무가 쉽죠. 그런데 전 쭉 따라할 수 없다가 포인트가 하나 생기는 그런 춤을 연구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스읍 하'나(웃음) '선글라스 춤', 상의를 들어올리는 퍼포먼스, 그런 거죠.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계산된 퍼포먼스인 거예요."

'레이니즘'을 통해서도 포인트를 따로 마련해뒀다. 이번에는 터프함, 남성미 보다는 젠틀한 섹시함에 방점을 찍은 안무. 춤 선생님도 교체해서 새로운 춤을 '또' 배운 그는 이전과 다른 느낌의 섹시함을 '전수'할 전망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손이 아래로 쭉 내려가는 동작이 있어요. 거기서만큼은 되게 야해요. 대신 옷은 정장으로 말끔하게 연출하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안무예요. 어떻게 하면 관객의 긴장을 풀었다 조였다 할 수 있을까. 대중이 쉽게 따라하도록 하기보다는, 반발짝 앞서가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양극단의 이중매력이 멋져

이번 앨범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는 '나쁜 남자'다. 실제 앨범 재킷과 '레이니즘' 가사에는 '배드 보이가 될 것'이란 문장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그러고보면 '이 죽일 놈의 사랑' '풀하우스' 등 그가 선택해온 드라마 속 배역도 같은 맥락. 이 남자, 나쁜 남자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게 틀림 없다.

"아, 그런가요? 옴므파탈이 돼야지,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새앨범을) 만들고 보니 또 이렇더라고요.(웃음) 나쁜 남자의 섹시함과 매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긴 하나봐요."

그런데 나쁜 남자는 그동안 알려져온 비의 실제 모습과는 꽤 거리가 멀다.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어머니 생전에 다 해드리지 못한 효도에 대한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있고, 할리우드 진출작 '스피드 레이서' 현장에서는 NG를 한번도 안냈다는 그는 일탈 등의 이미지와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게요. 원래 늘 섹시한 여자는 섹시하지 않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어느 학교의 여선생님이 저녁마다 야하게 옷을 입고 클럽에 가요. 그게 진짜 섹시한 거잖아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 그런 것. 저도 늘 이중성을 추구해요.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과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 제 안에 그 양극단이 모두 있길 바라요."

컴백을 앞두고 비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럴만도 하다. 2년만의 컴백이었고, 해외진출로 위상이 부쩍 높아져 그와 함께 기대치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비는 이 가수에게 이렇게 밝은 표정이 있었나 싶을만큼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다. 굳이 해석하자면 최선을 다한 사람만의 여유있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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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기자 rinny@asiaeconomy.co.kr 사진제공=제이튠 엔터테인먼트<ⓒ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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