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진 '지역주의 벽'..영호남서 절반의 가능성 봤다

이승필 2014. 6. 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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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대 우리나라 선거는 '지리학이다'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영남에선 새누리당, 호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싹쓸이를 하곤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몇몇 지역에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7·30 재보선을 앞둔 가운데 과연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은 있는 건지, 이승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기반입니다.

야당의 불모지인 이곳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간판을 단 김부겸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계열 후보들이 거둔 성적표와 비교하면 깜짝 결과입니다.

[김부겸 전 의원/대구시장 출마 : 2년 전엔 제가 명함을 드리면 시민들이 보고 명함 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민들이 사진 찍자고 하고 음료수 먹을 것 사주고요. 대구 정치에서 이런 장면이 진짜 처음이에요.]

[장태운/대구시 복현동 : 옛날과 달리 사람을 보는 것. 걸어온 길과 사람을 본다는 것입니다.]

부산에서도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선전 끝에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를 1.3% 포인트 차까지 따라갔습니다.

새정치연합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호남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여기 전북 익산에선 무소속 박경철 후보가 현직 시장이자 새정치연합 공천을 받은 이한수 후보를 극적으로 꺾고 익산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박경철/익산시장 당선인 : 이 지역은 새정치연합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곳이고 (새정치연합 소속) 현직 시장과 두 명의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무소속이 호남에서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지각변동의 목소리였고 신호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른바 무소속 바람이 불면서 4년 전 90%를 웃돌았던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당선율이 이번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김혜덕/익산시 남중동 : 시민의 뜻이지요. 꼭 새정치연합만 찍으라는 법도 아니고 이제 대한민국이 하나지 동서로 나뉘어서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현실의 벽은 여전합니다.

대구의 이변은 정치의식의 변화보다는 경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에도 낙후된 지역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바닥 민심이 흔들렸다는 겁니다.

[이정미/대구시 침산동 : 첫째로 노처녀가 너무 많으니까…. 남자들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자녀를 둔 분들도 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죠.]

또 영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새누리당의 싹쓸이는 더 심해졌고, 호남에서 비례대표를 제외한 592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당선인은 1명에 불과합니다.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지역주의 극복에) 시간이 걸리고 상당한 노력과 희생을 요하지만, 김부겸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노력하면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굳건하기만 했던 지역주의에 작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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