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명의 임명장·SNS 전략 문건 수북.. 벽엔 '대통령 선거 상황실' 표지도 붙어있어
"결승전까지 다 왔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강릉 엄기영 콜센터 사건이 생각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위해 인터넷 댓글을 불법적으로 단 곳으로 추정되는 사무실을 급습한 13일 밤 새누리당엔 비상이 걸렸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추격에 박빙 혼전으로 판도가 바뀐 위기에서 터진 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치열한 네거티브 논쟁을 벌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 부정적 파장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마지막 6일을 남기고 최대 악재가 터진 것이다. 2011년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종반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아줌마 전화선거운동원 불법 동원' 논란으로 패했던 것을 떠올리는 기류다.
서울시선관위 직원들이 13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측을 위해 불법적 인터넷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받는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을 급습한 사무실에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들이 놓여 있다. | KBS < 뉴스9 > 방송 화면 캡처
아직 선관위가 조사하고 있고 박 후보 캠프와의 직접 연관성이 드러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박 후보 명의로 된 임명장과 명함 등이 발견되면서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략 문건까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관이 없다고 해명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강릉 콜센터 사건 당시 불법 고용한 아르바이트 인력들의 밥값 영수증이 나오면서 꼬리를 잡혔던 상황과 닮았다.
선대위 관계자는 "임명장을 준 건 맞지만 솔직히 남발하지 않았느냐. 우리가 그거 관리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와는 정말 무관하다"고 답답해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대선 막판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다며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잇단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면서 그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 유세에서 "제가 무슨 굿판을 벌였다고 흑색선전을 하고, 아이패드로 커닝을 했다고 네거티브를 하고 급기야는 애꿎은 국정원 여직원을 볼모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문재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댓글 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14일 아침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당은 '문재인 캠프 선거공작 진상조사특위'를 급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13일 첫 회의를 열고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제기 등을 "소위 '김대업 사기 사건' 망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정옥임 선대위 대변인)고 반박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민감한 공세적 대응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병풍'에 좌초한 이회창 후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고액 피부관리' 논란으로 실패한 악몽이 작용하고 있다.
< 강병한·이지선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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