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공약 재원대책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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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자신들의 공약 이행에 향후 5년 동안 각각 131조 원과 192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두 후보는 모두 "재원 마련에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가채무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만큼이나 믿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두 후보가 내놓은 재원 마련 대책의 '불편한 진실' 4가지를 소개한다.

○ 지방 공약, 계산에서 제외해

두 후보는 표를 얻기 위해 전국을 돌며 어림잡아 수십조 원이 드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남발했다. 두 후보 모두 약속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는 약 10조 원이 필요하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에는 3조 원이 넘게 든다. 박 후보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새만금∼김천 동서횡단철도에는 5조 원이 들어가며, 문 후보가 약속한 제주 신공항 건설에는 최대 7조 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대규모 SOC 사업을 약속해 놓고 중앙예산 확보 계획을 전혀 잡지 않은 것을 두고 공약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대기업과 부유층에서 5년 동안 39조 원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추가로 걷어 공약 이행에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국세 수입의 39.51%는 법적으로 지방교부세(19.24%)와 지방재정교부금(20.27%)으로 지출해야 한다. 계획대로 세금을 걷더라도 15조4000억 원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것. 이에 대해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결국 지방재정에 돌아가야 할 금액을 중앙정부의 공약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복지지출 계속 늘텐데 "예산 쥐어짜 70조 마련"… 신의 손? ▼

민주당이 공약으로 "지방소비세율을 높이고 지방교부세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혀 놓고 현재 기준으로 재원을 추산한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중앙정부가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복지공약 남발 후 허리띠 졸라매자?

두 후보 모두 한 번 만들면 없애기 어려운 복지제도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위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재정개혁으로 70조 원 이상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책의 미스매치(부조화)'라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은 전체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연평균 38조5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공약의 대부분이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복지제도여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들어가는 돈은 50조 원을 웃돈다. 문제는 다음 정부의 경우 예산을 쥐어짤 대로 쥐어짠

상황에서 그만큼의 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후보의 경우 재원의 60%를 재정개혁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혀

'미스매치'가 더 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항구적인 제도를 도입하려면

증세 등 항구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재정개혁으로 임기 중 그만큼의 재원을 만들기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어렵게

만들더라도 일시적인 수입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제위기 상황 고려 없어

두 후보 모두 경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공약과 재원 마련 대책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경기를 감안하면 '장밋빛 공약'보다는 '위기 극복용 공약'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재원 마련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 후보는 재원 확보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고,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기준을 과세표준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출 방침이다. 박 후보는 세율

인상 대신 세무조사 확대 등 세정을 강화해 세수(稅收)를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세율을 올려도 예상만큼 세금을

걷기 힘들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인구구조 변화 반영 안 해

두 후보가 복지공약과 재원을 산정할 때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가 공약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2배 확대에는 연간 7조 원가량이 든다. 문제는 향후 고령화로

인해 예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문 후보 측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연간 소요재원을 6조8000억 원으로 산정했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기초노령연금과 유사한 기초연금을 만들어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또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세로 접어든다. 결국

'들어올 돈'은 부족해지고 '나갈 돈'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노인 관련 공약은 가급적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두 후보 측은 그동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을

밝히라'는 언론의 요구에 '아직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단일화에 따른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며 버티다 선거를 불과 열흘쯤

남기고 수백 페이지 분량의 공약집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공약집을 10일 내놓고 11일 재원 조달 방안을 밝혔으며, 문 후보는 9일 공약과 재원 조달 방안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의 검증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늑장을 피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발표한 계획의 구체성도 떨어진다. 박 후보의 경우 공약별로 필요 예산을 밝히는 대신 '편안한 삶(28조3000억 원)',

'안전한 사회(2조1000억 원)' 등 애매모호한 분류를 통해 대략적인 소요 금액만 제시했다. 세제 개편으로 5년 동안 48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후보 측 이용섭 공감1본부장은 "산출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 재원 계획"이라며 "공약별 소요 금액과 조달 내용을 밝히고 연도별 조세부담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원재·최우열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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