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민생 공약’ 빅이슈에 묻힌다

서울신문

[서울신문]"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바로 대처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활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전문 강사를 초빙해 분기 1회 이상 학교 폭력 및 성교육, 학교 생활과 관련된 교양강좌를 실시토록 해주세요."(전남 김모씨)

"골목에 가로등이 너무 적습니다. 누가 숨어 있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 많습니다. 가로등 수를 늘려 주기 바랍니다."(부산 박모씨)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최저 시급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강원 이모씨)

↑ 대선후보에게 쏠린 눈… 눈…

18대 대선 후보들이 정치 쇄신과 경제민주화, 무상복지 등 정치공학적인 거대 담론에 매몰돼 유권자의 '눈높이 생활 공약'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무상 복지나 대규모 지역 개발 등 공급자 중심의 '큰 공약'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생활 속의 '작은 공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유권자들은 향후 5년간 국정 방향을 정하는 거대 공약뿐 아니라 학교 폭력 대처 방안부터 골목길 가로등 설치, 아르바이트 학생 인권 제정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소한(?) 공약'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10일부터 한달 남짓 유권자 공약 제안 마당인 '공약 은행'을 통해 18대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유권자 '희망 공약'을 접수한 결과 경제·민생 494건, 교육·환경 308건, 사회·복지 564건, 정치·행정 211건, 외교·안보 65건, 기타 115건 등 총 1757건의 공약이 제안됐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치안·법 집행 강화와 관련된 희망 공약이 129건(22.8%)으로 노인·장애인 복지 확대 및 개선(75건·13.2%)과 복지제도 및 예산 문제 개선(67건·11.8%)보다 많이 접수됐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11일 "뜬구름 잡는 공약을 내놓고 그들만의 '정치적 언어'로 공약을 발표하는 탓에 정치권이 민생을 아무리 강조해도 유권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서 "더군다나 선거에 임박해 당의 간판을 뗐다 붙이는 등 이합집산의 정치에 몰두하다 보니 '생활 공약'을 만들 시간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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