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대선 뒤 독자세력화 비쳐

한겨레

[한겨레]해단식 후 안철수 구상은




지지층 절반이 정권교체 갈망

대선과정 손놓고 관망땐

향후행보 탄력붙을지 의문



"양비론으론 아무 것도 못해"

누리꾼들 '안 행보' 염려


"제 마음속의 대통령, 19대 대통령이 되는 그날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보름 남짓 앞둔 3일, 안철수 전 후보의 '진심캠프' 자원봉사자 하윤희씨는 캠프 해단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전 후보의 면전이었다. 안 후보는 '정치인 안철수'로 살아갈 것임을 거듭 밝히며 화답했다.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나갈 것",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할 것",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 등의 감성적 표현을 사용해 정치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열흘 전 사퇴 기자회견에서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말했던 연장선이다.

안 후보는 해단식 연설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어떻게 지원할지, 문-안 두 후보가 합의했던 '새정치 공동선언'에 등장하는 '국민연대'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들어 정치인의 길에 대한 그의 의지를 민주당과는 거리를 둔 '독자세력화'로 해석하는 기류가 캠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새정치 대 낡은정치'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캠프에서 국정자문위원을 했던 한 핵심 인사는, 안 후보의 대선에 대한 전망과 이후 구상에 관해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안 후보가 자신의 사퇴 이후 정치쇄신 의제가 사라지고, 낡은 과거식 정쟁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과거 대 과거의 대결 구도로 치러지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이다. 안 후보는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뜻이 강하다."

안 후보는 3일 해단식에서 이번 선거전을 '과거집착,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으로 규정했다. 자신이 지향하는 '새정치'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의 메시지는 '문재인 후보는 분명히 도와주겠지만 대선 이후로는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앞으로의 정치행로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안철수 후보 지지층은 새정치를 열망하는 세력과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세력으로 구성돼 있다. 비율은 대체로 50 대 50 정도다.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민주당 출신들은 사석에서 '안 후보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쇄신을 내걸고 독자적으로 가려 한다면 우리는 결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종종 밝혀왔다.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원하는 지지층 절반의 마음을 외면한다면 대선 이후 정치행보에 탄력이 붙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리꾼들도 안철수 후보의 행보를 염려하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안 후보를 지지하다 문재인 후보 지지로 옮겼다는 한 누리꾼은 "안철수 후보가 양비론으로 독자세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인지 모르지만 양비론으로 일관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안철수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안 후보에게 전달된, 절반 이상의 캠프 구성원들의 바람은 '문 후보를 적극 돕겠다, 지지자들도 야권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귀띔했다. 안 후보 캠프 안에서도 안 후보의 해단식 메시지에 적잖이 아쉬움을 표한 이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가 해단식 이후 주요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유민영 대변인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좀더 강한 어조로 거듭 밝힌 것은 외부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이런 내부의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안철수 후보가 이제부터 또다른 형태의 정치 시험대에 올라선 모양새다.

김보협 기자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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