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고..불사르고..'선거벽보 수난'

박태우 기자 2012. 12. 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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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 불만·정치 염증 등 이유.. 전국서 188건 훼손

'특정 후보가 싫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정치에 염증을 느껴서, 재미로….'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후보자 현수막과 선거벽보 훼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3일 전모씨(22·회사원) 등 5명을 선거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동네 친구인 전씨 등 5명은 지난 1일 오전 1시쯤 술을 마시며 정치논쟁을 벌인 뒤 귀가하다 문재인 후보의 벽보를 찢은 혐의다. 대구에선 또 지난 2일 오전 5시40분쯤 서구 내당동 경운초등학교 서편 담벽에 부착된 후보자 7명의 사진이 모두 불 탄 채 발견됐다.

부산에서는 정치에 염증을 느낀 80대 김모씨가 가스라이터로 박근혜 후보 등의 현수막을 불사른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폐지 수집상인 김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신라삼거리 앞에 내걸린 박근혜·이정희 후보 현수막의 얼굴 부분을 1회용 가스라이터로 태운 혐의다. 그는 요즘 "정치인들이 하는 짓이 너무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어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상이군인 미망인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특정후보자의 벽보를 칼로 훼손하다 경찰에 적발했다. 경찰조사에서 ㄱ씨(84)는 국가가 상이군인 유족을 제대로 보살펴 주지 않아 홧김에 특정후보의 선거 벽보를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충북에서는 30대 심모씨가 이틀에 걸쳐 시내를 돌며 현수막과 벽보 등 14개를 훼손하다 검거됐다. 심씨는 지난 1일 증평군 체육관에 붙은 대선 후보 벽보를 통째로 뜯어낸 것을 비롯해 지난 2일 오후까지 모두 현수막 4개와 벽보 10개를 훼손한 혐의다. 심씨는 현수막을 가위로 자르고 도망가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나 훼손 사유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지난달 28일 동구 조선대 정문 앞에서 박 후보의 현수막이 칼로 도려지는 등 서구와 동구 등 5곳에 걸렸던 박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박 후보의 벽보가 찢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밖에도 서울, 울산, 포항, 성남 등 전국 곳곳에서 정치와 정치인에 불만을 품거나 생활고 등을 비관해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현재 대선 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된 사례는 모두 18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정희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정치성향이나 이념이 다른 후보에 대한 분노가 잠재돼 있는데다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이 사회 불만을 정치와 정치인을 향해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사례는 대선이 임박할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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