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부동층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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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동층(新浮動層)'.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11월23일 저녁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선거판에서 물러나면서 새롭게 부동층으로 옮겨간 기존의 안철수 지지층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도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5~10% 정도는 존재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물러나면서 5~10%포인트가 더 늘어났다. 그래서 어떤 조사에서는 부동층이 20%에 가깝게 나오고 있기도 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본선에 들어섰는데 부동층이 늘어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급작스레 선택지를 상실한 사람들이 최종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대선의 양상과 비슷하게 부동층이 다시 늘어나면서 선거가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금까지 "부동층을 잡아라"라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또 "부동층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한다"라는 그 흔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부동층이 과거 대선에 비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층이 늘어난 지금, 이들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받는 상황이 되었다. 세상의 재화는 희소해야 가치가 높아지는데, 선거에서는 규모가 커야 대접을 받고 귀한 몸이 되는 것이다.





'안' 지지층 중 61%만 '문' 지지층으로 흡수

왜 부동층이 적었는가. 원래 후보가 여러 명이고, 후보 간 특성의 차이가 뚜렷하면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고, 나름의 정답을 정하기도 쉬운 것이어서 부동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부동층에는 '중도층'과 '무당파층'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선거 막판에 가서야 후보를 정하게 된다. 정당 일체감이 강한 유권자들이나 정치 관심층처럼 미리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법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들이 일찌감치 안 전 후보에 대해 반응했던 것이다. 지금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 특히 부동층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또한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부동층이 적었던 것도 안철수 때문이고, 지금 부동층이 늘어난 것도 안철수 때문인 것이다.

이제 부동층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이유이다. '한국갤럽'에서 지난 11월26일부터 28일까지 정기 조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즉, 안 전 후보 사퇴 전에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조사한 것이다. 여기서 안 전 후보 지지층의 움직임을 유의미하게 이끌어내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안철수 지지층 중 59%가 "단일화 실패"

결론적으로, 안 전 후보의 지지율을 100으로 잡고 볼 때 여기서 61%가 문재인 후보에게 옮겨간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박근혜 후보에게도 옮겨갔는데 14%에 그쳤다. 문제는 그 나머지 24%가 부동층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이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문후보와 안 전 후보 간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시너지는 없었다. 물론 1+1=2 식으로 상대 지지층을 100% 흡수하는 것도 없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 중 59%는 단일화 실패로 인식하고 있다. 고작 30%만이 '야권 단일화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한국갤럽, 11월27일 조사 결과). 또 안철수 지지층의 31.2%만이 단일화에 대해 '좋았다'고 답했다. 66.6%는 '별로였다'고 답했다. 불만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11월25일 조사 결과).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는 달랐다. 당시 단일 후보 발표일인 2002년 11월25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노후보의 지지율이 단일화 전인 11월16일보다 5.2%포인트(38.3→43.5%) 상승했다. 시너지가 나타난 것이다. 경쟁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5.3%포인트(42.3→37.0%)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2002년 단일화는 정상적 절차에 의한 단일화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 문재인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문후보로 옮겨간 층은 기존 야당 성향층, 진보 성향층이 주류를 차지한다. 이들은 계속해서 안착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에게 옮겨간 14%도 그다지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애초 '가출 보수'라고 불리는 보수 성향층에서 한동안 안 전 후보에 대해 관심을

보인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부동층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원래 부동층이었던 구(舊)부동층과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형성된 신부동층이다. 구부동층은 통상의 부동층이 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비교적 고르게 결정할 것이다.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 둘 중의 한 명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계속 부동층으로 남아 결국 투표하지 않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부동층이다. 이들이 안 전 후보의 지지층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후보로의 이동은 제약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이 신부동층은 문후보로 가느냐, 아니면 부동층에 머무르느냐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문재인 후보측의 절박한 구애를 안 전 후보가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문후보로의 추가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남은 기간 선거전이 후보들 간 과거 덧씌우기·네거티브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이들의 정치 혐오감을 더욱 키워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안 전 후보의 문후보 지원 여부도 부동층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후보자 간 선거전의 모습이 어떠한가에 따라서도 부동층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윤희웅·KSOI 조사분석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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