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철수, 단일화 5개 항 메모 준비..문재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단둘이 만난 75분 동안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공개된 것은 7개의 합의사항뿐이지만, 18대 대선의 운명을 가를 이 시간 동안 두 후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문 후보는 이날 회담장에 아무것도 들고 가지 않았다고 한다. 캠프에서는 문 후보에게 5개의 합의조항을 정리해서 전달했지만, 문 후보는 갖고 가지 않았다. 문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7일 "문 후보가 (회담을 준비할 때) '안 후보가 부담을 느낄 만한 내용은 다 버려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안 후보는 5개의 조항을 적은 종이를 양복저고리에서 넣고 간 뒤, 비공개 회동 때 주섬주섬 꺼내 대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안 후보 캠프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를 준비했고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후보가 꺼낸 의제는 모두 후보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사항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에 합의한다'는 부분이었다. 문 후보는 특히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일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보고 기술적으로도 투표용지에 두 후보의 이름이 오를 경우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회담 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 등록 전 단일화는 안 후보가 먼저 제안했고, 문 후보는 당연히 환영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양측이 '우선적으로' 새정치공동선언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안 후보는 정치쇄신이 되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합의문에 '우선적'이란 표현이 들어간 배경이다.
두 후보의 대화가 끝나고 양쪽 비서실장과 대변인이 들어갔을 때 두 후보는 6~7개 정도로 합의사항을 정리했다고 알려줬다. 양쪽은 '하였다'라는 표현을 '했다'로 '양측'을 '양쪽'으로 고치는 등 어려운 표현을 쉬운 말로 푸는 것을 포함해 맞춤법과 오타까지 확인했다. 합의문 작성에는 약 40분의 시간이 걸렸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합의문 작성 후 "역사적인 순간이니 사진으로 남기자"고 제안했고, 유 대변인의 휴대전화로 두 후보의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 전 두 후보는 따로 돌아서서 이야기를 나눌 만큼 편하게 대화했다.
회동 후 문 후보는 캠프 선거대책회의에서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잘 관철된 건 안 후보가 흔쾌히 동의해 줬기 때문이다. 안 후보에게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도 회동 후 캠프로 돌아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문 후보가 공감해 주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은교·박홍두 기자 ind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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