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대한 조언들 "국정 운영 큰 가닥을 잡아야" "논공행상 도구로 이용 안돼"

송윤경 기자 2012. 12. 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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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를 준비하기 위해 꾸려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운영을 놓고 전문가와 경험자들은 '밑그림 그리기'라는 기본목표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제대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서 정무간사를 맡았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선거전에서는 당장 귀에 들어오는 약속들이 주로 나왔지만 인수위는 선거에서 벗어나 세계의 변화, 한국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큰 가닥을 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 업무가 마치 국정감사를 하는 것처럼 (대선에 이긴 사람들이 공무원을 혼내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각 부처에 대해 단편적인 지적과 질책 위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정작 일정한 철학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해갈 동력은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대국민 인사'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김 전 실장은 특히 "대선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은 양 후보 모두 양극화 등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답답했을 것이고 박근혜 당선인 승리 후에도 그런 의구심은 여전하다"면서 "이번 인수위는 이 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은 상대의 부진으로 이겼을 뿐 선거 과정에서는 사실 시대 요구에 반하는 냉전적 보수에 기울어져 있었다"면서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 현재 한국은 대전환기이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수위에서는 개혁적 보수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인수위원장과 비서실장 역시 그런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50~60일 활동하는 인수위가 "업적을 내고 소위 '한 건' 하려고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이명박 정부 인수위 참여자)고 강조했다.

"대국민 홍보나 상징적인 행동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김 전 실장)이라는 지적이나,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아륀지 논란'처럼, 새로운 정책과 이슈를 만들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 대 진보의 초접전이 벌어졌던 만큼 인수위의 목표가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근혜 당선인 본인이 대화합을 얘기한 만큼 측근인 친박근혜 세력 위주로 구성한다면 국민들이 실망하고 신뢰의 정치는 처음부터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당내 인사는 물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인수위에 발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관료조직의 논리에 끌려다니지 않을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또 다른 전문위원은 "인수위의 성공 조건은 집권 설계도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데 해당 분야에 정통한 인물을 인수위원, 전문위원 등으로 앉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공약은 재원 마련도 안되고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관료들의 논리에 바로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고 말했다.

즉 통합·개혁 등의 가치와 실력을 우선해 인수위원을 발탁해야 하며 인수위가 대통령을 만든 측근들의 '논공행상'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의 경우 상근으로 활동하는 인수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외에 비상근인 자문위원이 700여명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업무비효율 지적과 '자리 나눠주기'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인수위가 성공하려면 논공행상이나 홍보하듯 하는 정책 발표는 피해야 하며, 국정운영의 기조와 철학 점검 및 이를 위한 적절한 인사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경험자들은 입을 모았다.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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