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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무시한 정부의 ‘세종시 여론몰이’

경향신문 | 입력 2009.11.06 23:32

 




정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정운찬 총리는 그제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만나 수도 분할에 따른 문제점의 지적을 공개적으로 유도했다. 또 청와대는 브라질, 호주 등의 수도 이전 사례집을 배포했다. 심지어 정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리들은 여론 수렴과 대안을 마련할 세종시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서울대 공대 이전, 대기업 유치 등의 계획을 흘리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가 국론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벌이고 있는 세종시 수정 홍보전은 처음부터 난맥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거론한 서울대, 이화여대 등은 이전 또는 분교 설치 계획이 없다고 잘라 부인했다. 또 삼성 등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도 없고 검토하고 있는 사안도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성급하게 여론몰이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대규모 홍보전에 나선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세종시 수정은 사실상 정권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제동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정상적인 수순을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았다.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올바른 수순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총리 발표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세종시위원회가 다루어야 할 구체적 수정계획부터 흘러나온다면 앞으로 위원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위원회에서 나오는 어떠한 발표도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어제 외교안보자문단 조찬 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욕' 먹을 각오를 내비쳤다. 문제는 대통령이 대국민 해명·사과는 물론 국민여론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로만 나간다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심한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일방통행식 여론몰이가 얼마나 민심이반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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