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섣부른
출구전략의 위험성에 거듭 경종을 울렸다.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은 멀리 밝은 출구가 보이긴 하지만 아직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도 "중환자도 회복기에 잘해야 제대로 건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이후 출구전략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시정연설과 라디오·인터넷 연설은 이 같은 견해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출구전략 실행을 가능한 한 늦추려는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며칠 전 한 금융통화위원은 저금리를 방치할 경우 경제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경제가 평상시 불경기 정도로 돌아간다면 기준금리 2%는 낮다"고 말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가계대출 등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듯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 6%에 육박한다.
현 시점에서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겨우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견해나 거품을 방치할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은의 판단 모두 설득력이 있다. 이럴 때는 자기 견해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견을 조율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왕왕 정책 자체보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더 큰 혼선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를 보는 시각도 정부와 재계 간에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위기 이후를 겨냥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촉구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한편으로 민간투자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 연말에 폐지키로 한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포퓰리즘 성향을 띤 친서민정책이 잇따라 나오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가 다시 표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기업을 맥빠지게 하는 일이다. 집권 2기 국정의 청사진을 담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적어도 경제분야에서 열매를 맺으려면 청와대와 한은·재계 사이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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