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계획 수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오로지 국내적 시야뿐이다. 지구상에는 복수의 수도를 둔 나라나 수도 이전을 경험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독일이다. 독일은 총리실을 비롯, 본에 있던 연방의회 상원과 10개 정부 부처를 통일 후 베를린으로 옮겼다. 최근 '글로벌 인재 포럼'에 참석하러 한국을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말은 우리에게 참고가 될 법하다.
독일은 통일 전 임시수도 본에서 분단 전 수도 베를린으로 환도(還都)하는 과정을 밟았다. 현재 본에는 6개 정부 부처와 연방의회 하원이 남아 있지만 언론 기관들은 모두 베를린으로 옮겼다. 슈뢰더 전 총리는 수도 분할로 인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부차적인 문제이며, 공무원들이 정치적 결정과 여론과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베를린으로 모이려는 경향이 비효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본에 부처가 있는 장관들이 베를린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게 그런 예다.
우리나라라면 9부 2처 2청이 세종시로 옮겨가더라도 여전히 정치와 행정의 중심은 서울이 된다는 말이다. 서울과 세종시 사이에서 발생할 비효율은 그 지리적 위치를 감안할 때 현재 서울과 과천 사이에서 생기는 비효율보다 몇 배 더 할 것이다.
독일은 통독 체제가 정착할 때까지 과도 조치로서 수도 분할을 감내했다. 1991년 수도 이전이 결정되어 99년 대상 기관들이 이전을 마친 뒤 10년이 흘렀다. 슈뢰더 전 총리의 확신대로 앞으로 10년을 전후해 수도가 통합된다면 독일은 약 30년 걸려서 수도 이전을 완성하는 셈이다. 과도한 비용과 장기간의 비효율 대가로 얻는 교훈은 수도 분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이 이처럼 환도를 장기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본에서 갑자기 모든 일자리들을 없앨 수가 없고, 많은 공무원들이 베를린으로 옮기기에는 나이가 고령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를 우리 경우에 대입하면 세종시가 원안대로 이뤄지면 밤에는 불빛이 켜지지 않는 유령도시가 될 거라는 우려와 부합한다. 독일의 경험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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