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플라자] 과학도 믿음이다

2010. 6.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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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들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가운데 휴대전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 휴대전화는 생활필수품이 됐고 어쩌다 잊어버리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는 '반도체'라는 현대과학의 산물이 있어서 가능해진 것이다.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반도체를 이용해 손바닥에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전화기로 만들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반도체 탄생 뒤에는 '양자론'이란 생소한 이름의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

우리들 생활 주변에서 익숙한 것 중 또 하나는 '레이저'일 것이다. 열린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의 화려한 무대장치는 레이저 조명이 있었기에 가능하고 우리들 눈을 좋게 하는 라식수술, 얼굴의 점을 빼는 미용수술, 그리고 철판을 자르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레이저는 우리들 생활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속에도 양자론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뿐이 아니다. 암 치료에 필수적인 방사선, MRI 등 모든 의료기기의 원리도 이 '양자론'이란 낯선 이름의 과학에 의존하고 있다. 이 '양자론'은 비료와 의약품, 그리고 음식 등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익살스럽지만 바른말을 잘하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언 레이더먼 박사는 "양자론이 없다면 인류의 국내총생산(GDP) 중 95%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양자론을 아는 일반대중은 거의 없고 과학자들조차 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더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믿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은 따지고 보면 원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이 바로 '양자론'이란 것이므로 원자로 이뤄진 우리들을 포함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양자론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의 작은 세상은 우리들이 눈으로 보는 세상과 많이 다르다. 원자 속의 전자는 유령처럼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한다. 이는 마치 필자가 서울과 뉴욕에 동시에 있다는 말과도 같다. 그뿐 아니라 원자의 세상에서는 모든 존재가 희미한 안개같이 퍼져서 존재하기도 한다. 전자는 야구공 같은 입자인 동시에 물결치는 파동처럼 퍼져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자론'이 지배하는 원자의 세상은 과학이 자랑하는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박사의 말을 인용하면 양자론은 논리와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신비한 과학체계다. 이를 설명할 길은 없고 다만 이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양자론'을 이용해 반도체, 레이저, NMR, DNA 등 그 기적적인 현대과학의 혜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양자론'이 일러주는 이상한 세상은 우리들 주변에서 눈으로 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그런 법칙이 통용되는 세상이 '나노'의 세상에서만 적용되는 것인지, 더 큰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바이러스'의 세계까지 연장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아가 '양자론'의 세계가 뉴턴의 법칙이 통용되는 우리들 세상과 언제 같아지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의 과학이론을 궁극적으로 맞는 진리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더 작은 알갱이인 '쿼크'로 되어 있다고 현재의 과학은 믿고 있다. 그렇다면 '쿼크' 속에는 무엇이 있고 또 그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양심이 있는 과학자라면 '쿼크'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단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궁극적인 기본 요소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것일까. 이는 마치 하느님을 우러러보고 의지하는 종교처럼 궁극적인 어떤 대답이 있으리라고 믿어보는 것과 같다.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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