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검색
뉴스

크게작게메일로보내기인쇄하기스크랩하기고객센터 문의하기


  • 굴림
  • 돋음
  • 바탕
  • 맑은고딕

윈도 Vista 또는 윈도우에 폰트가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매경춘추] 禮를 앞세운 治安

매일경제 | 입력 2009.11.05 17:13

 




최근 우리 사회에 법질서 확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법질서지수와 국가경쟁력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법질서 확립이 선진국 진입을 위해 꼭 넘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실현을 위한 방법론이다. 법질서 확립이 국가경영의 핵심 요소라는 전제하에 역사에서 힌트를 구한다면 법치(法治) 중심의 서양보다는 덕치(德治) 중심의 동양적 패러다임이 훨씬 매력 있어 보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은 백성을 예(禮)로써 다스려야 하며 법(法)으로 다스림은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자는 "법령과 형벌로써 강제하면 사람들은 형벌을 면하려 들 뿐 부끄러움을 모르지만(民免而無恥), 덕으로 이끌고 예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아 자율적 규범능력을 갖추게 된다(有恥且格)"고 말했다.

이처럼 법에 앞서 예를 중시하는 장구한 전통은 우리에겐 가히 '사회적 DNA'라 할 만하다.

물론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법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법도 집행 단계에서는 예를 통해 이루어짐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가는 곳마다 '예를 앞세운 치안'을 모토로 제시해 왔다. 경찰관의 '예의바른 행동(polite behavior)'에는 법 집행 효과를 극적으로 강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사회화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나이 지긋하신 주민들은 '어르신'으로 부르도록 '어르신 호칭 습관화'를 주창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실제 예의바른 호칭은 이후의 업무처리도 예의바르게 해주며, 이것이 법 집행 수용도를 크게 높여줌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예의바른 행동은 단순히 '친절한 행동(kind behavior)'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경찰 업무 특성상 흉악범 등 범법자에게까지 상냥함이 강요되면 치안행정의 온당한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 대신 이들에게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할 원칙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람과 인권에 대한 예의'다.

필자는 법 집행 과정에서의 이러한 '당당한 예의'가 일각의 무질서와 '떼법 의식'을 청산하고 성숙한 법치를 앞당기는 길이라 확신한다.

[박종준 충남지방경찰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바일로 읽는 매일경제 '65+NATE/MagicN/Ez-I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