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전두환과 이순자의 천생연분

2016. 5.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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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1,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경칭 생략)은 육사 생도 시절 부인 이순자를 처음 만난다. 당시 진해로 옮긴 육사의 교장이 이순자의 아버지 이규동 장군이었다. 축구부의 주장이자 골키퍼인 전두환은 젊을 때부터 넉살이 좋았다. 당시는 전시(戰時)라 생도들도 배불리 먹기 힘들었다. 전두환은 일요일 오전 축구 연습을 마치면 무리를 끌고 육사 교장 사택으로 가 점심을 배불리 얻어먹곤 했다. 육사 3년 차 생도 전두환은 그때 진해여중 2학년 이순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한다.

▷이순자는 경기여중을 거쳐 경기여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가무잡잡한 얼굴에 예쁜 편이던 이순자의 별명은 ‘필리핀 공주’였다. 경기여고 3학년 때 전두환 중위와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아저씨라고 부르던 전 중위가 보낸 연애편지를 들켜 교장실로 불려가 꾸중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 이화여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전두환과 결혼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미용사 자격을 따고 편물 기술까지 익혔다.

▷육사 정규 1기(11기)로 자부심이 강한 전두환은 장교들이 부식이나 기름을 빼돌려 회식하는 것을 한심하게 여겼다. 그는 선배 장군들을 회식 자리로 불렀다. 술이 몇 순배 돌아 주흥이 무르익으면 선배의 지갑을 빼앗아 돈을 꺼내 부하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니 선배 장군뿐 아니라 부하들도 통이 큰 그를 좋아하고 따랐다. 보안사령관 때도 기업인이 봉투를 놓고 가면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꺼내 “통이 작구먼, 500만 원밖에 안 돼”라며 부하들에게 나눠줬다.

▷전두환은 “내가 잘난 게 뭐 있어, 부하들 잘해 주다 보니 대통령까지 됐지”라고 말하곤 한다. 어제 발매된 신동아 6월호의 전두환 인터뷰에서 이순자는 백담사로 유배를 간 것과 관련해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최근 태릉에서 전두환은 군 출신 부하들과 골프를 쳤다. 라운딩 후 육사 교장실로 옮겨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일생일대의 실수가 노태우 대통령 시킨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참 천생연분이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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