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국정원 개혁은 민생만큼 중요하다/문소영 논설위원

2013. 8. 3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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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국정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국민과 야당을 쥐고 흔든 사람이나 기관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니, 이 세 글자가 떠오른다. 집권 초기에 이렇게 국가정보원이 전면에 나선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국정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연관 검색어가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발언을 포함해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이미 두 차례나 밝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국기 문란을 엄단하고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합의로 개최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 해결을 기대하거나, 서울광장 등에서 주말마다 열린 '촛불집회'에 행동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친정부·반정부를 떠나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최소한 국가정보기관이 특정세력의 집권을 위해 복무하는 후진적인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임계점에 다다를 무렵이 되면, 국정원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사건을 터뜨렸다. 그 타이밍이 절묘해 "국정원 개혁을 방해하는 물타기"라는 주장이 무성하다.

이번 주말 부산 등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여론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지난 28일 국정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걸어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혐의 이후 33년 만이라, 내란음모를 잊고 살았던 국민 대다수가 깜짝 놀랐다. 국정원은 이 의원과 130여명이 '유사시 무기를 활용하여 국가기간시설을 점거하고 인명을 살상'할 계획을 세웠고, 이를 입증할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녹취록은 30일 언론에 공개됐다. 녹취록 속의 내란음모는 시대착오적이고, 돈키호테가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돌격하는 듯 황당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내란음모 세력이 존재한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신속하게 위력을 발휘했다. 당장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 촛불집회에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6월에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해 '대박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대선 때 논란이 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휘발유를 부었다. 그때도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각종 이슈는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으로 빨려들어갔다.

새누리당 측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촛불집회가 확산되는 것을 두고 "대선 불복 아니냐"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촛불이 확산되는 이유는 국정원 개혁이 늦어지는 탓이다. 또한 '국정원 댓글'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당의 고의적인 사보타주와 야당의 무능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목사나 가톨릭 사제, 대학 교수들이 나서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다.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공정하게 선거가 치러졌다는 확신이야말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았더라도 복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013년 한국에서 요구되는 정치·사회개혁의 첫 단추는 그래서 국정원 개혁이다. 간첩을 잡고 내란음모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원이 직접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에 기생하려는 욕망은 반드시 차단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 민생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이 한 국가의 다양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와 민생도 올바른 정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국정원의 도움을 받거나 국정원을 활용한 적이 없다면,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 개혁을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야 한다. '셀프 개혁'의 한계는 명확하다. 자신의 거죽을 벗기는 개혁은 남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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