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월家 '탐욕'에 칼 들이대는 뉴욕 검찰

2011. 4. 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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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선(善)이다(Greed is good)." 올리버 스톤의 1987년작 '월스트리트' 영화에서 주인공인 고든 게코는 이 말을 되뇌며 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탐욕의 상징, 기업사냥꾼인 고든 게코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작년에는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금융위기 당시 월가 상황을 묘사한 속편이 발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뉴욕 연방검사장 프릿 바라라는 "탐욕은 때로 선이 아니다"며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미국 최대 내부자거래 사건인 갤리온 헤지펀드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던진 말이다. 펀드 설립자인 억만장자 라자라트남을 비롯해 맥킨지 이사, IBM 부사장 등 20여 명이 기소됐다. 지난 3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데, 현지 언론을 비롯해 월가의 관심이 뜨겁다.

갤리온 펀드는 월가의 성공신화였다. 와튼스쿨을 마치고 10여 년 만에 총 13억달러를 모은 설립자 라자라트남이 주인공이었다. 포브스 선정 세계 559위 억만장자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진실은 탐욕 그 자체였다.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고 철저하게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무시했다.

뒷돈으로 검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회사 임원들로부터 미공개 실적과 투자계획을 입수한 후 정보의 독점으로 손쉽게 거액의 수익을 올렸다. 펀드에 몰려든 천문학적 자금은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지점을 통해 수천만 달러의 불법 수익으로 재생산됐다. 이제 수사는 10여 개의 또 다른 대형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갤리온 펀드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요 인물들의 전화 통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발각되면 우리는 죽어, 끝이야"라는 그들만의 대화는 은밀한 증권 범죄의 진실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미국 최초로 내부자거래 사건에서 감청을 통해 주요 증거를 포착한 사례다. 종전에는 테러, 마약범죄에 사용하던 수사 기법이었지만 이를 새롭게 적용해 검은돈 네트워크의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변호인단 반발에도 불구 작년 11월 연방법원에서 '전신사기'에 허용된 감청 규정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규정이 없는 우리와는 상이한 현실이다. 실제 흔적이 남지 않는 정보의 전달을 추적하고 공모 관계를 규명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에는 뉴욕 검찰의 고민과 각오가 배어 있다. 경제 버블 속에서 증권시장을 주무르던 헤지펀드 큰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다는 선전포고다. 여기에 월가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지키는 일은 경제정의의 기본이다. 은밀한 내부 정보를 토대로 시장을 교란하고 거액을 챙기는 검은 세력으로부터 일반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금융시장은 투기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 2008년 재벌가 자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할 당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소액 일반투자자들의 격려를 필자는 잊지 못한다.

영화 '월스트리트'는 미국 증권시장을 조명했지만 결코 우리 금융계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근 금융비리 근절을 위한 검찰 수사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크다. 한ㆍ미 양국 검찰 모두 경제정의 파수꾼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편법과 부패, 비리의 반칙을 모니터링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탐욕은 때로 선이 아니다"는 선언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지키는 단호한 외침으로 우리에게도 메아리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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