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협상의 필요성만 확인한 '광우병 유람단'

2012. 5. 7. 19: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광우병 민관 조사단이 미국 현지에서 유람만 하다 돌아온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이번 조사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게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검역 중단 등은 이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조사단은 하다못해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조차 방문하지 못했다. 기초조사조차 거부하는 미국 쪽의 오만은 그렇다 해도, 그런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위해 안달복달하는 이 정부가 한심하기만 하다.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무엇보다 소의 사료 관리나 이력 관리 체계를 파악해야 한다. 문제의 농장을 방문해 조사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 조사단은 농장 근처엔 가지도 못했다. 농장주의 허락이 없어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통사정 끝에 했다는 게 고작 미국 농림부 관리를 가운데 두고 농장주와 서면으로 문답을 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러고도 정부는 농장주를 제3의 장소에서 면담조사했다고 발표했다. 자랑거리도 되지 않는 것을 두고 거짓말까지 했으니, 이 정부의 옹색한 처지를 웅변한다.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돌아오지만 교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한-미 추가협상을 통해 얻어냈다는 한국 쪽의 권리란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며, 따라서 유례없이 불평등한 현행 수입위생조건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조사단의 발목을 잡은 것도 사실은 '조사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규정한 수입위생조건이다. 광우병 발생 시 수입·검역 중단도 못하고, 현지에서 사료 및 이력 관리체계도 확인하지 못하는 합의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우리가 맺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와의 위생조건에선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출 및 검역을 중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부칙의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애매한 조항 대신 '수입을 중단한다'고 본문에 명기해야 한다. 지금은 부칙에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중단 절차가 없어 아무런 효력도 내지 못한다. '국민 신뢰가 회복되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한 독소조항도 삭제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전면 확대를 압박해왔다. 이번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30개월령 미만 수입'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물론 광우병 발생 농장에 대한 방문조사권도 포함돼야 한다. 조사단은 엉터리였지만, 교훈만큼은 반드시 새겨야 한다.

<한겨레 인기기사>■ 안전 장담하더니 '광우병 토론 불참' 문자만 '달랑'청 경호처, 늑장부리다 홍석현에 수십억 차익 안겼다정봉주 팬 카페 '미권스' 카페지기 긴급체포, 왜?쪼그라드는 '청계장학금'형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남편, 어떡하죠?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