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本業 버린 인맥 관리 전문가들 넘쳐나는 교수 사회

null null 2011. 1. 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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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서울대자유전공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있었던 미국뉴욕주립대 역사학과 김성복 교수가 신문 인터뷰에서 "서울대엔 지적(知的) 공동체가 없다. 교수들이 학문 토론을 하지 않고 학술회의·세미나에도 잘 참석하지 않으면서 시시콜콜한 정치 얘기나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는 "지난 150여년간의 한국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당연히 그때 세계열강의 움직임을 알아야 하는데 역사학과가 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로 나뉘어 있다"면서 학과간(學科間), 교수간 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법대 교수 연구실이 있는 층은 카드키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게 해놨더라. 교수와 학생 관계가 얼마나 먼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교수가 학생들한테 과제를 많이 내주고 공부하지 않으면 학점을 나쁘게 줘야 하는데 학생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 분야 교수 중 세계적인 저널에 발표한 논문으로 인정받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는 수학이라는 공통어를 사용하는 자연과학 논문과 달리 영어, 또는 다른 국제적 학술 언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의 언어적 제약(制約) 요소도 작용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요인은 공부를 게을리 하면서 엉뚱한 데를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교수 가운데는 30대 후반, 40대 초반부터 공부는 손을 놓아버리고 정치권·고위관료·언론과 어울리면서 인맥(人脈) 관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빨리 한눈을 팔수록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교수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본업이다. 이 가운데 더 중요한 걸 고르라면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은 특정 요일에 몰아 대충 해치우면서 정부·공공기관의 자문위원, 대기업 사외이사·고문을 도맡아 하고 다니는 교수들도 있다. 대선 시즌만 다가오면 이 후보, 저 후보 문전(門前)에 낙점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선 교수 행렬이 한국 대학의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교수가 인맥을 관리해 허명(虛名)을 얻으려 하면 교수가 아니라 인맥 전문가일 뿐이다.

미국과 영국 대학에선 교수가 다른 교수의 강의실·세미나실에 스스럼없이 들어가 공부한다. 그 자체가 지적 탐구의 한 방법인 데다, 다른 교수가 무얼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버린 후 인맥 관리로 버티며 영달(榮達)을 꿈꾸는 빗나간 스승에게 학생들이 무얼 배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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