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게임을 소통의 장으로

2010. 8. 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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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철 하이원엔터테인먼트 게임사업본부장

게임에 대한 세상의 어두운 시각들을 접할 때 마다 영화산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보았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보면 80년대까지 영화도 청소년 유해 매체로 학교에서 단체 관람 외에 극장에 가는 것은 비행 청소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성장해 많은 사람들이 영화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런 영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영화 팬으로서 흐뭇하기도 하지만 게임 산업 종사자로서는 매우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 산업도 경제적 효과나 연관 산업, 해외 수출 등의 경제 지표로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상상력과 재미를 주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서 언제쯤이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게임 업계 종사자라서가 아니라 한 명의 게임 팬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게임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에 대한 대리 만족을 주고, 요즘과 같은 사람 간 소통 부재의 시대에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게임 중독이 사회 이슈화되어 다양한 예방책과 규제책이 마련되고 있다. 어느 시대건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중에게까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발전에 따른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게 사실이다. 과거 PC통신이나 인터넷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편리함과 이로움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었으니 게임도 현재로서는 제어해야 할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디 게임만 그런가?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이나 즐거움을 주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많은 것들도 지나치면 대부분 중독을 일으킨다.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 외에도 쇼핑, 성형수술, 영화, 드라마, 인터넷 채팅, 자동차 등 수많은 대중 문화 콘텐츠 도구들도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폐인을 양산하곤 한다. 이미 게임을 하는 사람이 1000만이 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회의 안전망과 보호 체제들을 잘 갖추어서 게임으로 인한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 각 게임사들은 자체적인 정화 노력뿐 아니라 게임문화재단 등을 출범 시키며 다방면에 걸쳐 예방책들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가.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동료들은 모두 인간의 소통과 다양함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게임 속 세상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사회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조기유학 보낸 한 친구는 매번 아이와 전화할 때마다 "공부는 잘하니?" "밥 먹었어?"가 전부였단다. 그런데 아들이 하는 `메이플스토리'를 함께 하면서 게임 속에서 만나 온갖 이야기를 편하게 나두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게임을 통해 먼 곳에 있는 아이의 생각을 알게 되고 아이도 부모와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게임에서 만난 길드원들이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함께 자원봉사를 다녀온 일도 있었다. 게임으로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즉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게임도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반대로 해결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영화 못지 않게 게임도 중요한 놀이 수단이며,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을 통해 지금과 같이 어떻게 하면 사람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거 할리우드 키드들이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며 영화 산업도 함께 성장시켰듯이 요즘의 게임 키드들과 게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게임 산업과 함께 성장하여 대중문화의 하나로 게임이 각광 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 날을 위해 우리 게임인들도 과거 영화인들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을 이룬 것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힘쓴 것과 같이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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