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 보듯 뻔한 4대강 사업 속도전의 재앙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어제 '낙동강 사업구간 수해 피해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 설치를 위한 가물막이와 쌓아둔 준설토, 공사 자재 등으로 홍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준설토 유실로 물의 탁도가 높아지는 것도 생태계와 취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계속 밀어붙일 태세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며칠간의 장맛비에 드러난 홍수 위험 등 4대강 사업의 문제는 속도전에 매달려 공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다. 여름철 공사 기간에 큰 비가 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난도 우려되지만, 4대강 사업의 근본 문제는 대규모 보 설치와 준설에 따른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가 시간을 두고 계속 진행된다는 데 있다. 4대강 사업이 4대강 죽이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되살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야당의 주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난할 뿐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현재와 같은 방식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홍보 부족 탓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펴는가 하면, 대못이라도 박으려는 듯 우기임에도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십년 전 강에 설치한 댐이나 보를 허물고 하천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5년 단임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섰다.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면서 서서히 마무리를 해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리더십 발휘 여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으로 확인될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검토야말로 갈등에서 화합으로, 불통에서 소통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천명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야당이 더 강하게 나서야 한다. 야당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4대강 사업 반대 민심을 현실화시킬 책무가 있다. 마침 야 4당 대표가 어제 4대강 사업 검증 특별위 구성, 4대강 사업 내년도 예산 재검토 등 공사 저지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이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즉각 4대강 공사를 중단하고 야당과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시간이 가면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에 총리 후보 추천 부탁하나…첫 영수회담 의제 뭘까
- 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4·19 도둑 참배” 비판···이재명·조국은 기념식 참석
- 이미주-송범근 ‘열애’ 팬들은 알고 있었다···이상엽도 응원
- 조국·이준석·장혜영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공동회견… 범야권 ‘1호 공조법안’ 되나
- “선거 지고 당대표? 이재명식 정치문법” 한동훈 조기 등판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 국정원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필로폰 총책, 캄보디아서 검거”
- 이스라엘의 군시설 노린 재보복, “두배 반격” 공언 이란 대응 촉각 …시계제로 중동 정세
- [단독]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
- 김재섭 “국민의힘 지지층, ‘젊은 당대표’에 트라우마···난 제2의 이준석 아니다”
- ‘2000명 증원’ 한발 물러선 정부···“원점 재검토” 접을 뜻 없어보이는 의료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