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여당 선거도우미'로 발벗고 나섰나

2010. 4. 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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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4대강 사업 및 무상급식에 대해 찬반 집회를 열거나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중앙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지방선관위 차원에서 규제해온 사안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직접 나서서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의 뼈대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은 선거기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라는 얘기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대로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 문제 등은 정치적 논란이 계속돼온 '선거쟁점'이다. 하지만 이들 선거쟁점은 선관위의 주장처럼 선거기간 중 침묵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활발히 토론하고 치열하게 다툼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야 할 사안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선관위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이번 지방선거를 '죽은 선거'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여당이 4대강 사업 등이 선거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선관위는 여당의 요구에 맞장구를 쳐준 셈이다. 선관위에 대해 '정권 홍위병' '여당 중앙선거대책본부' 따위의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정부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국정설명회나 홍보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쪽에 '4대강 사업 설명회의 최소화'를 촉구하는 공문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법을 집행한다면서 '광범위'나 '최소화' 따위의 모호한 조건을 붙이는 것부터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 정부·여당의 4대강 홍보 등은 어물쩍 눈감아주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이 선관위 쪽의 '4대강 홍보 자제' 공문을 받고서도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선관위 조처의 허구성을 잘 보여준다.

지난 역사를 돌아봐도 선관위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권 편들기에 나선 적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선관위는 선거관리의 공정성 문제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나름대로 애썼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발언까지 문제삼은 게 선관위였다. 선관위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을 막으려 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홍보 발언부터 경고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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