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법조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추첨을 통해 기자 8명에게 현금·수표 50만원씩이 든 봉투를 돌렸다고 한다. 김 총장이 7500만원짜리 회원권을 갖고 있는 고급 사교클럽에서다.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해온 양주 조니워커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4잔씩 돌린 뒤에도 자리가 서먹서먹하자 난데없이 추첨 이벤트를 제안했다는 게 현장기자의 전언이다.
이제 취임한 지 갓 두 달이 지난 김 총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근무시간 미인대회 심사, 요트·승마 같은 호화 취미 등 숱한 흠결들로 '귀족 검사' '오렌지 총장'이란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직전 총장 후보자는 '스폰서 검사'라는 불명예로 쫓겨난 터다. 그 마당에 새로 온 검찰총장이 기자들과의 상견례에서 듣도 보도 못한 번호 뽑기로 돈봉투를 돌렸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이후 부르짖었던 검찰의 국제화와 대언론 선진 홍보시스템 도입의 첫 걸음이 고작 이런 것이었던가.
이런 한심한 행태는 평소 김 총장의 언론에 대한 경박한 인식, 촌지 주고받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습속, 검찰총장이란 자리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천박한 공직의식이 어우러져 일어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파문이 일자 김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고 하나, 그렇게 어영부영 술자리의 해프닝으로 넘기고 갈 일이 아니다.
기자들이 공무원만 아니었다 뿐이지, 업무와 관련 있는 자에게 향후 도움을 기대하며 돈을 뿌렸으니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일으켰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유리 그릇에 담긴 번호 추첨은 총장·차장과 대검 부장(검사장급) 8명이 돌아가며 뽑았다고 하니, 검찰 수뇌부 모두가
전대미문의 '신종 촌지' 전달에 가담한 꼴이다. 당장 야당에서 '검찰총장이 카지노 딜러냐' '촌지 검찰총장'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총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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