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저녁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각 언론사 팀장급 출입기자 24명과 식사를 하면서 경품 추첨 방식으로 현금 400만원을 돌린 사실이 밝혀졌다. 취임한 지 두 달 남짓 된 검찰총장이 언론을 상대로 오해를 받기 알맞은 행동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경품을 받은 일부 기자들이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복지시설에 기탁했다지만 이를 보는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김 총장이 분위기를 돋우려 즉흥적으로 추첨을 제안했는데 준비된 경품이 없어 현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이후 검찰-언론 관계가 서먹해져 있던 터라 출입기자단이 송년회를 겸한 저녁 식사를 요청했고, 김 총장도 호화 회원권 시비가 일었던 '서울클럽'이 대단한 곳이 아니란 것을 보여줄 겸 장소를 이곳으로 잡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테이블이 서로 나뉘어 있어 산만한 데다 신종 플루 때문에 술잔을 돌리기도 어려워지는 등 썰렁한 분위기가 되자 흥을 돋우기 위한 즉석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현금봉투를 돌릴 생각을 했는지 답답하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스폰서 검사' 오명에 더럽혀진 검찰의 구태를 깨겠다며 노타이 차림으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온 장본인이다. 김 총장은 스스로 "다른 건 다 바뀌었는데 왜 검찰만 옛날 그대로냐"고 외쳐 왔지만 이런 행동 한 번으로 그런 진의가 의심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검찰 개혁은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평소의 일거수일투족을 바꾸는 일이다. 김 총장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 이었다"고 공식 유감표명을 했지만 앞으로 처신에 더 신중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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