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그제 "아시아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줄이려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금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자산시장 거품이 지나치게 끓어오르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빨리'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봄부터 중국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 주식과 부동산시장은 언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느냐는 듯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아시아 주요국 주가상승률을 달러로 계산하면 대부분 60~70%에 이를 정도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시장 모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물경기 회복 속도에 비하면 자산시장이 너무 빨리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염려 목소리는 여전하다.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 거품에 대한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자산가격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어오르도록 내버려두면 언젠가 또다시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너무 늦기 전에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처방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작은 개방형 경제의 정책당국이 독자적으로 자본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미국이 제로(0) 금리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값싼 달러를 빌려 아시아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 큰 문제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가뜩이나 늘었는데 자본계정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주식과 채권 투자를 위해 외국인들이 들여온 돈이 빼내 간 돈보다 407억달러나 많다.
외국인들로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원화 가치가 상승해도 유리하고, 한은이 저금리를 유지해 자산가격이 올라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은 통화정책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기 어렵다. 브라질처럼 외국자본 유입을 직접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선 미시적 금융감독과 정밀타격식 정책 대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언제 다시 빠져나갈지 모르는 단기투기성 자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시장을 헤집고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은행 외화자금 운용을 정밀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조용한 출구전략'도 필요하다. 통화당국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단계적인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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