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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세균 대표의 ‘변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경향신문 | 입력 2009.11.03 01:16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일요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10·28 재·보선 평가를 하면서 당의 과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선거 결과에 고무된 듯 자신의 지도력으로 민주당을 과감히 변화시키고 국정 변화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의 노선과 정체성도 언급했고, 이명박 정부의 문제 정책들에 대해 얼마나 단호한 자세인지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발언 가운데 특별히 시비할 것도 없지만, 눈여겨 둘 만한 것도 없었다.

'과감한 변화'를 언급했지만 방향이 없다. "좌우를 벗어난다" "지난 10년의 정체성에만 매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 단서가 될지 모르겠지만, 누가 좌이고 우이며, 무엇이 소모적 이념 논쟁인지, 10년의 정체성은 무엇이었는지 그는 분명히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과감하게 변하겠다'는 다짐만 반복해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 정책에 대한 투쟁 의지 말고는 한나라당과의 노선 차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시류 따라 흔들려 왔다. 한때는 뉴민주당 플랜을 제시하며 우경화로 시선을 돌렸다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정국에 편승해서는 진보의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다시 우경화해도 괜찮겠다는 암시가 묻어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모호하다.

만일 재·보선 승리가 민주당의 우경화에 대한 시민들의 승인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 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혁신도 못하고 비전도 갖추지 못한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그런 민주당을 지지해서라기보다, 이명박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불가피성 때문에 선거에서 민주당을 도구로 쓴 것이다. 요컨대 민주당은 실제 일한 것 이상의 과분한 지지를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당면 최고 과제는 전면 쇄신이 돼야 한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런 전망을 발견할 수가 없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재의 지도력으로 그럭저럭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제1야당의 한계가 곧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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